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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윤희의 현장에서] 尹대통령 ‘순방 잔혹사’ 고리 끊어져야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다가오면 대통령실 직원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다. “이번엔 제발 ‘사고’ 없이 다녀왔으면” 진심 섞인 농담도 용산 언저리를 맴돈다.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미국발(發) 도·감청 의혹 논란이 차라리 순방 전 ‘액땜’이 됐으면 하는 분위기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 미국 국빈방문길에 오른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12년 만이다.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을 국빈방문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굵직한 경제·안보 현안도 쌓였다. 북한의 핵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확장억제 관련 구체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미국의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응해 우리 기업의 운신폭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 등이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10년 만인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도,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첫 하버드대 연설도 관전포인트다.

기대감이 큰 동시에 우려도 있다. 취임 후 약 1년, 윤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몸살을 앓았다. 통상 해외 순방 뒤 지지율이 올랐던 역대 대통령들과 달랐다. ‘순방 징크스’란 꼬리표가 붙을 정도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5번의 해외 순방을 다녀왔다. 1박2일의 일본 실무방문까지 포함해서다. 첫 순방이었던 지난해 6월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는 ‘민간인 1호기 탑승 논란’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는 ‘비속어’ 논란이 있었다. 같은 해 11월 G20 정상회의 계기 동남아 순방 당시엔 MBC 전용기 탑승 배제 논란이 ‘이슈 블랙홀’로 작용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올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때는 무려 300억달러(약 40조원)라는 초대형 투자를 유치하고도 “UAE의 적은 이란”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출국 직전 순방일정 유출의 도의적 책임을 지고 부대변인이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달 일본 방문도 마찬가지다.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한일 정상회담 후 이어진 일본 언론의 보도에 국내 여론은 오히려 악화됐다. 독도·위안부 언급 논란과 후쿠시마 수산물·오염수 방류 등 하나같이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다. 대통령실이 “논의한 적 없다”고 수차례 부인하고, 전문가들은 선거를 앞둔 일본 국내 정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지지율 하락을 막을 수는 없었다.

윤 대통령의 여섯 번째 순방에 조마조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다. 심지어 미국 방문을 불과 2주 앞두고 미 중앙정보국(CIA)의 도·감청 의혹이라는 ‘폭탄’이 터졌다. 미 정부는 IRA 세부 지침에서 한국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한미는 이해가 대립하거나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는 회복력 있는 가치동맹”이라고 강조했지만 의구심과 불안감은 남는다.

윤 대통령은 미국 순방 직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순방 성과가 고스란히 취임 1주년 성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순방 잔혹사’의 고리를 끊기를 기대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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