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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혼육아’ 경험한 회장님 “어린이집 세우면 어떨까”…난임치료비에 난자 냉동비용까지 지원[저출산 0.7의 경고]

[헤럴드경제=김현경·성연진 기자] # “저희 부부가 집에서 손주를 맡아 키워 보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이 있어야 저출산이 해결되겠다’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개인적인 아이디어지만 우리금융그룹이 보육시설을 짓는 데에 도움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봤습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취임 전 직접 손주를 돌봤다. 젊은 맞벌이부부가 조부모에게 아기를 맡기는 ‘황혼육아’를 회장 부부도 피하지 못했다. 손주를 돌보다 보니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체력적으로 힘들기도 하다”는 깜짝 고백도 이어졌다.

취임 후 우리금융의 사회적 공헌 확대를 고민하던 임 회장은 육아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이집’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정해지거나 검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우리금융 어린이집이 보육시설이 부족한 곳에 세워지면 맞벌이부부는 믿고 아이를 맡길 수 있고, 우리금융의 CI(기업이미지)를 보고 자란 아이는 훗날 잠재 고객이 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 코리안리는 두 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1000만원, 세 명 이상의 자녀는 3000만원의 우리사주매입자금을 주는 출산축하금뿐 아니라 임신이 어려운 직원들에 대한 지원도 하고 있다. 난임치료에는 연 500만원의 지원금이 지급되고, 난임 진단 시 들어가는 검사비도 회사가 부담한다. 늦은 출산을 계획한 직원들을 위해 기혼뿐 아니라 미혼 직원들의 난자 냉동비용도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해준다.

적극적인 출산장려책은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이 직접 냈다. 직원들과 일 대 일 대화를 갖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원 사장은 결혼이 늦어지고 출산이 어려운 이유도 함께 들었다. 그는 “저출산 해결과 일·가정 양립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고 정부에만 맡겨놓을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이제 기업도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금융사들이 저출산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특히 인구감소가 빠르게 진행된 지역사회에선 일찌감치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여러 대책이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앞으론 ‘황혼육아에 나선 회장님’처럼 저출산을 불러오는 구조적 문제가 더욱 피부로 와닿을 전망이다. 금융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청라하나금융공동직장어린이집을 설립했다. [하나금융그룹 제공]

영유아부터 초등학생까지…돌봄 책임지는 금융사들

KB금융그룹은 지난 2018년부터 교육부와 함께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사업을 펼치며 총 2265곳의 국공립 병설유치원 및 초등돌봄교실을 신설·증설했다. 경력단절, 육아 부담 등으로 인한 저출생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전국적인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도움이 되려는 취지에서다.

지난 2월에는 교육부와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 조성’ 업무협약도 맺었다. 2027년까지 500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거점형 돌봄기관 확대와 방과 후 프로그램 운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KB금융그룹이 대표 사회공헌사업 ‘KB 드림웨이브 2030’의 일환으로 건립한 ‘KB작은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다. [KB금융그룹 제공]

하나금융그룹에선 지난 2018년부터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총 1500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역사회와 함께 보육 취약지역에 국공립 어린이집 90곳과 직장어린이집 10곳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올해 3월 말까지 72개의 어린이집을 개원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28개 어린이집을 추가 완공할 계획이다.

특히 경북 군위, 경남 합천, 충남 금산, 전북 완주, 전남 신안, 경남 고성 등 인구소멸 농어촌지역 30곳을 비롯해 전국 보육 취약지역 곳곳에 지역별 특성에 맞춘 어린이집을 설립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100호 어린이집 건립 프로젝트는 국가 경쟁력 위협요소인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를 극복하고, 보육시설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질의 공보육시설을 지원하고자 마련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청송 하나어린이집 학부모 B씨는 “남편 직장 때문에 지방으로 오게 됐다. 주변에 아이를 봐줄 사람도 없고 저도 직장생활을 하고 있어 육아 문제 때문에 다니고 있는 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이 지역에 하나뿐인 하나금융그룹에서 지원한 어린이집 덕분에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하고 있고 아이도 너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사회공헌사업 ‘꿈도닥터’에서 학생들이 사회성 발달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제공]

신한금융그룹도 맞벌이가정 초등학생 자녀에 대한 돌봄 지원 서비스 ‘신한 꿈도담터’를 운용하고 있다. 2018년부터 여성가족부와 업무협약한 뒤 전국 각지의 공동육아나눔터 구축사업을 진행 중이다. 꿈도담터는 친환경 기자재로 만든 돌봄공간에서 아이의 정서발달에 필요한 교구와 장난감을 지원한다. 아동 눈높이 수준의 금융교육과 같은 특화된 프로그램도 운용한다. 신한금융은 2월까지 총 149곳의 꿈도담터를 완공했으며 올해까지 제주를 포함해 200곳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경상북도 포항시 남성초등학교 6학년 교실이 텅 비어 있다. 포항 제3일반·철강산업단지에 인접한 남성초등학교는 올해 신입생이 고작 3명에 그쳤다. 지난해까지 입학생 10명 이상을 유지했지만 올해 학생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학교 부설 유치원은 원생이 없어 문을 닫은 지 오래다. 포항=임세준 기자

인구 줄어 소멸위기인 지방엔 돌봄뿐 아니라 교육도

“제가 사는 지역은 시골이기 때문에 도시의 큰 학교보다 배울 수 있는 과목이 적다. 시골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열악한 학습환경에서 지내왔는데 ‘초록샘’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늘어났다.”

일본어를 배우고 싶었지만 배울 곳을 찾지 못했던 농촌지역 중학생 A양은 ‘초록샘’을 통해 일본어 공부를 하고 있다. 초록샘은 NH농협은행이 노동상생국민운동본부와 손잡고 2년 전 개설한 온라인교육 플랫폼이다. 온라인 강의, 진단테스트, 입시정보, 멘토 상담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온라인 과외선생님’과 같다.

지역에 점포가 많고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농협금융그룹 특성상 농협은행 외에도 농·축협, 농협재단 등 범농협은 도서·산간지역 등 전국 각지의 청소년·다문화가정을 직접 찾아가 금융지식을 전달하는 ‘행복채움 금융교실’도 운용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청소년·다문화가정 금융교실만 1694회, 1만5246시간에 달한다.

농협 외에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족 형태인 다문화가족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은 금융그룹의 주요 정책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 2012년 200억원을 출연해 금융권 최초로 다문화가족을 위한 공익재단인 ‘우리다문화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다문화자녀 5200여명에게 약 53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며 미래 인재 육성에 기여하고 있다.

또한 다문화어린이합창단, 오케스트라, 경제·금융교육, 글로벌 문화체험 등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과 결혼이민자를 비롯한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국내 정착을 돕기 위해 다양한 교육·문화·복지사업을 전개 중이다.

pink@heraldcorp.com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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