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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 내릴 땐 꼼짝도 않더니…조금 오르자 ‘급등’한 원화, 왜?[머니뭐니]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킹달러’, ‘갓달러’로 불렸던 미국 달러화의 위세가 한풀 꺾였지만 우리나라 원화만 유독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틀사이에만 원/달러 환율은 20원 가까이 올랐다. 달러화 가치가 내려갈 때는 꿈쩍도 않던 원/달러 환율이 미 달러화가 다소 강세를 보이자 급등한 것이다. 그만큼 변동성도 더 커졌다. 유럽 유로화나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같은 주요 통화와는 딴판이다. 보통 달러와 비슷한 폭으로 움직이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같은 원화와 달러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은 국내 경기 둔화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제 구조가 예전과 달라짐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기본 수준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 위세 꺾였는데 힘 못 쓰는 원화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7.5원 상승한 1318.60원에 마감했다. 지난 14일만 해도 1298.90원이던 환율은 17일 1311.10원으로 12.2원 뛴 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이틀 연속 크게 올랐다.

4월 들어 전날까지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평균 1315.43원으로 전달보다 10.03원 상승했다. 올해 1월 1245.34원, 2월 1276.54원이었던 월 평균 환율은 3월 1305.40원으로 올라간 뒤 이달에도 1300원을 웃돌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것도 아니다. 한은과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달러화지수는 3월 이후 4월 6일까지 2.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유럽 유로화(3.3%), 일본 엔화(3.4%), 영국 파운드화(3.4%)의 달러화 대비 가치는 3% 이상 올랐다. 중국 위안화(1.1%), 인도네시아 루피아화(2.3%), 브라질 헤알화(3.6%) 등 신흥국 통화도 대부분 1~3% 상승했다. 달러화 약세에 따른 결과다.

하지만 유독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0.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다른 나라의 통화와 비교하면 그만큼 원화만 힘을 못쓰고 있다는 얘기다.

떨어질 땐 크게…변동성도 오히려 커져

지난 2월 미 달러화가 위세를 떨치던 당시 원화는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서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달러화 가치가 2.7% 오를 때 원화 가치는 무려 6.9%나 떨어지면서 환율이 1323.00원(2월 27일)까지 올랐다.

유독 원화만 오를 땐 적게 오르고, 내릴 땐 크게 떨어진 셈이다.

게다가 원화 환율의 변동성도 커지는 추세다. 원/달러 환율의 일간 평균 변동률은 1월 0.32%에서 2월 0.62%, 3월 0.66%로 확대됐다. 3월 기준 변동률은 미국(0.45%), 일본(0.59%), 유로(0.54%), 영국(0.55%), 중국(0.27%), 인도(0.22%) 등 주요국보다 높은 상태다.

원화의 1~3월 평균 변동률은 0.54%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치솟았던 지난해(0.50%)보다도 더 커졌다.

과거 원/달러 환율은 통상적으로 달러화 지수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움직였다. 달러 가치가 오를 때는 그만큼 원화 가치가 내려가고, 달러 가치가 절하될 때는 원화 가치가 절상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달러화가 약세를 보임에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전후로 등락하며 힘을 펴지 못하는 상황이다.

약달러에도 원화 동반 약세…달러와 상관관계 낮아져

이처럼 유독 원화만 힘을 쓰지 못하고 널뛰기를 반복하는 것은 국내 경기 부진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 압력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약화, 특히 예상보다 부진한 수출에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대중 수출과 반도체 수출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무역수지 적자폭도 올해 들어 3개월 만에 224억달러로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폭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을 기록해 환율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가 높아지며 달러화의 힘이 약해진 반면 중국의 리오프닝 등으로 원/달러 환율과 위안/달러 환율의 동조화가 강화되고 있다. 원화와 달러화의 상관관계가 낮아지고, 중국 위안화의 영향력이 작용하면서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역대 최대 폭으로 벌어져 있는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도 환율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은 1.75%포인트로 확대된다.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가 원화 가치에 부담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며 “향후 정책금리 역전 폭이 1.75%포인트보다 확대될 잠재적 우려가 원화 가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대내외 여건이 달라짐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수준 자체가 달라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원/달러 환율은 1150원을 중심으로 플러스마이너스(±)100원 변동범위를 유지해 왔지만 지금은 상향 이탈해 수개월째 유지되는 상황이다. 일시적 이탈이 아니라 경제 구조적 변화에 따른 환율 범위 상향으로 판단된다”며 “원/달러 균형환율이 1200원대로 높아졌다면 1300원대 초반은 그리 높은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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