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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파업 해야 하나?…애 낳고 일하니 4번의 ‘큰 고비’”[장연주의 헬컴투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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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지만, 육아는 특히 워킹맘에게는 지옥(hell)처럼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 일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워킹맘들의 고충과 도움이 되는 정보를 담겠습니다. 제보는 언제든 적극 환영합니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소위 잘 나가는 광고회사의 임원인 케이트 포스트는 출산휴가를 끝내고 막 복직한 워킹맘이다. 복직 후 야근하던 어느 날 동료들이 회의실에서 모여 저녁을 먹는데, 한 남자 동료가 묻는다.

"아이는 누가 봐주고 있어요?"

"보모가 봐주고 있어요."

"아이가 보모한테 엄마라고 부르지 않아요?"

순간 케이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그날 낮에 아이가 처음 옹알이 하는 동영상 받은 것을 떠올리며 울먹인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아이가 오늘 처음으로 말을 했거든요. '거품'이라고 했대요. 거품을 본 적도 없는데. 제가 놓쳤으니 그 순간은 이제 사라진 거죠."

그러자 직장상사는 "집에 들어가 보게"라고 했지만, 케이트는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Workin's Moms)'의 한 장면이다. 토론토의 워킹맘들이 출산휴가를 마치고 복직하면서 겪는 다양한 일을 실감나게 그려 인기를 얻고 있다.

주인공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캐서린 라이트만(극중 케이트 포스터)이 실제로 두 아이를 낳고 키우고 복직하는 과정에서 느낀 경험을 풀어낸 이야기로 워킹맘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2017년 1월 캐나다 CBC에서 방영된 TV 시트콤으로, 현재 시즌6까지 제작이 될 정도로 흥행하고 있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복직 후 겪는 이런 일들은 한국의 워킹맘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미영(가명·46) 씨는 올해 11살이 된 아들을 1명 키우고 있다. 하지만 둘째를 낳을 엄두는 도저히 나지 않는다고 한다. 김 씨는 지금껏 수많은 고비가 있었는데도 일을 포기하지 않고 버틴(?) 것 만으로도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긴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책이 매번 겉도는 것은 정책 담당자들이 한국이 얼마나 일하면서 애 키우기가 힘든 곳인지 체감하지 못해서라고 잘라 말했다. 김씨를 통해 워킹맘의 고된 현실을 들여다본다.

첫번째 고비…"육아휴직 내고 싶은데, 불이익 걱정"
아빠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 [헤럴드DB]

김씨는 몇 번의 인공수정과 시험관 시술을 통해 간신히 아이를 낳았다. 그 과정에서 유산도 경험했다. 힘든 고비를 거쳐 출산이 다가왔지만, 출산 후가 더 걱정이었다. 아이를 전담으로 봐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불이익을 감수하고 육아휴직을 냈죠. 법정 한도인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2개월을 합해 총 15개월이요. 당시에는 법적 한도까지 휴직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라고 했다.

약간의 불이익이 있더라도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김씨는 그나마 다행인 편이다. 법적으로 존재하는 육아휴직을 용감하게(?) 쓰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 사람들은 불이익이 두려워 휴직을 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직장인의 절반 가량은 육아휴직을 자유롭지 쓰지 못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 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 퍼브릭에 의뢰해 올 3월3일~10일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2%는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고용 형태별로 살펴보면, 정규직은 36.3%, 비정규직은 58.5%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해 고용형태에 따라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두번째 고비…"어린이집 대기 길고, 유치원 추첨도 어려워"
경기도 고양시 한 유치원에서 학부모가 아이의 등원을 돕고 있는 모습. [연합]

김씨는 장기간의 육아휴직을 했지만, 복직이 다가오자 또 한번의 고비를 맞았다. 16개월 된 아이를 보낼 어린이집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순번이 안돼 갈 곳이 없었다. 하지만 복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약간 떨어진 어린이집에 전화로 사정을 했다. 순번은 안되지만, 복직을 해야 해 할머니가 짧은 시간만 보낼 건데 자리가 없겠느냐고.

김씨는 "복직을 한달 가량 앞두고 있어서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었어요. 어떻게든 어린이집을 찾아야 해 사정을 했는데, 의외로 바로 입소하라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김씨는 순진하게(?) 어린이집 순번만 기다렸다면 어린이집을 보내기 어려웠을 거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순번을 일부 조작해도(?) 일일이 조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어린이집 측이 장시간 보다는 짧은 시간 아이를 맡기는 경우를 선호해 순번과 무관하게 입소시켜도 마땅히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순번대로 처리하는 어린이집도 있겠지만, 순번 무시하고 아이를 입소시키는 경우도 현실 세계에선 비일비재하다고 김씨는 말한다.

유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유치원 입학관리시스템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입소대시 신청을 받고 있지만, 과거에는 알음알음 유치원에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김씨도 어린이집을 다니다가 인근 유치원으로 옮길 때 지인을 통해 소개받아 바로 입소했다.

그는 "어린이집도 순번 상관없이 입소했는데, 유치원도 마찬가지였다"며 "한편으로는 다행이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나라의 공공보육 시스템이 엉망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번째 고비…"아이는 자주 아픈데, 그때마다 휴가도 눈치…이 와중에 밀려오는 죄책감"

법적 최장 한도인 1년3개월의 육아휴직과 출산휴가를 모두 쓴 김씨. 휴직도 못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육아가 순탄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육아의 길은 험난했다고 한다.

김씨는 "어릴 때는 아이가 자주 아파서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다"며 "복직 후 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에 전념했지만, 아이가 아플 때마다 눈에 밟혔고 휴가를 내느라 눈치가 보였다"고 토로했다.

친정엄마가 아이를 주로 봐주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하원을 시켜준다고 해도 아이가 아픈 경우가 많기때문이다. 친정엄마는 등하원이나 간식 준비 등은 가능했지만, 병원에 데려가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고, 아픈 경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원이 어렵기 때문이다.

복직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면서 빚어지는 갈등은 '워킹맘 다이어리'에서도 엿보인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워킹맘 다이어리' 속 주인공 케이트는 사내에서 전설과도 같은 마케터였고 워커홀릭이었다. 복직 후에도 일의 성과를 인정받아 회사에서 승진을 제안받는다.

하지만 몇 개월 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망설이다가 남편과 상의한다.

"당신이라면 이렇게 큰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진 않겠지?"

그러자 남편은 "그렇게 오래 찰리(아들)를 떠나 있을 수 있겠어?"

"고작 몇 달이잖아."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여보, 당신이 모든 일을 해내고 싶어하는 건 알지만, 몬트리올을 꼭 갈 필요는 없어."

결국 케이트가 승진 제안을 거절하겠다고 하자 남편은 "맞는 선택이야"라고 말한다.

남편과 전화를 끊은 케이트는 착잡하고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캐나다 드라마 '워킹맘 다이어리'의 한 장면. [넷플릭스 캡처]

이후 케이트는 갈등하다가 결국 회사에서 몬트리올로 3개월 출장을 가게 되고, 남편에게 이 사실을 숨기다가 막판에 터뜨린다.

하지만 출장 중 아들 찰리가 아프자 케이트는 아이가 걱정돼 토론토로 오면서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망친다. 결국 정직을 당하는데, 중요한 회사 일에도 아이가 우선이 되는 워킹맘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김씨는 "아마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일과 육아를 둘 다 잘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하지만 막상 일에 집중하려고 하면 모성애가 부족한 엄마로 몰아붙여 죄책감을 자극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네번째 고비…"유치원 때가 차라리 좋았다. 초등학교 긴 공백시간 어떡하나"
[헤럴드DB]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유치원 때와는 전혀 다른 고민이 생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대개 오후 4~5시까지는 아이가 머물 수 있지만, 학교는 오후 1시쯤에 하교하기때문이다.

더욱이 김씨처럼 휴직까지 다 쓴 경우라면 더욱 곤란해질 수 있다.

김씨는 "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코로나19 때문에 등교 자체가 어려웠다"며 "등교를 못해 원격수업을 하니까 온종일 아이를 봐야 해 힘들었지만, 동시에 재택근무 분위기가 확산돼 고비를 넘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은 심신이 매우 피로한 일이었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니 한편으로는 휴가, 휴직 걱정은 없어졌지만,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보니 건강이 악화됐다.

김씨는 "재택근무는 양날의 칼"이라며 "아이를 돌볼 수 있으니 좋은 면이 분명히 있지만, 동시에 워킹맘은 이중 부담을 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그래도 저처럼 재택근무로 경력단절의 위기를 넘겼으니 다른 워킹맘들에 비해서는 행복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상황은 특수한 경우로, 그 외의 경우라면 대체로 9시까지 등교하고 1시쯤 하교하는 아이를 장시간 어디에 머물게 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학교의 돌봄교실을 가거나 학원을 돌리는 이른바 '학원 뺑뺑이'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로 등교수업이 제한되면서, 학교 방과후수업이나 돌봄교실까지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보육공백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김씨는 "아이 한명 키우면서 둘은 절대로 못 낳아 키우겠다는 확신이 들게 됐다"며 "다행히 아이는 잘 크고 있지만, 직장인으로서 엄마가 포기해야 할 것은 솔직히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저출산 문제의 실마리는 공공보육시설 확충과 휴가·휴직제도의 강제화, 그리고 부모가 직장에 다닐 경우 보육시설 이용이나 보육도우미 이용이 쉬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씨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낼 때 순번 기다리지 않고 필요할 때 바로바로 보낼 수 있어야 하고, 부모 육아휴직 등이 강제화 돼 엄마 아빠 둘다 쓰도록 해야 한다"며 "그래야 엄마의 육아부담을 덜고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산율 높인 해외 각국…비결은?
스웨덴의 '라떼 파파'. [연합뉴스]

실제로 우리나라와 달리 출산율을 끌어올린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을 편히 쓰고 보육시설을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는 것이 저출산을 해결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라떼 파파'(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로 유명한 스웨덴이 대표적이다. 스웨덴은 1974년 세계 최초로 '유급 부모휴가'를 도입한데 이어, 1995년에는 '아빠육아휴직할당제'를 도입했다. 480일의 육아휴직 중 부부 한쪽이 반드시 90일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해 남성의 가사 분담률을 높였다.

아울러 직장에 복귀해야 하는 여성을 위해 3세 미만 아동의 보육시설 확충에도 많은 비용을 썼다.

이를 통해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았을 뿐 아니라 1995년 1.7명이던 합계출산율을 2010년 2.0명까지 올렸다.

노르웨이도 2018년부터 남녀 모두 출산 후 15주의 육아휴직을 강제했다.

이 같은 '육아할당제'는 여성의 육아 부담을 크게 낮춰줄 뿐 아니라 고용 현장에서 여성 차별을 줄이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에서 남녀가 비슷한 수준의 육아휴직을 한다고 판단한다면, 그간 여성을 뽑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인 육아공백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외에 덴마크나 프랑스도 여성의 취업률과 출생률이 높은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공공보육시설 비중이 높고 육아휴직 제도가 잘 마련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여성들이 일과 가정 생활을 균형있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비혼 출산율이 50%를 넘는 프랑스는 보육서비스를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예컨대, 부모가 직장에 다니면 자녀를 보육 시설에 맡기거나 개인 보육 도우미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시간제 보육을 제도화해 취업하지 않은 부모나 직장을 그만둔 부모도 육아로 돈을 벌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다. 시간당 비용의 일부를 내고 나머지 비용은 정부가 대는 식이다. 해마다 부모들이 유치원 추첨 대란을 겪어야 하는 한국의 상황과 대조된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123rf]

한국은 2021년 기준 공공보육시설 비중이 7.1%에 불과한 반면, 민간 비중은 92.9%나 된다.

보육문제를 해결하려면, 당장 공공보육시설부터 시급히 확충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매우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전년보다 0.03명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2013년부터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해법은 지지부진하다. 왜 그럴까.

"애를 왜 안 낳느냐구요? 한번 낳아서 길러보세요. 특히 일하면서 육아를 해보면, 다시는 낳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겁니다. 이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에요. 애를 맡길 데도 없고, 봐줄 사람도 없고, 직장에서는 눈치 봐야 하고, 법으로 보장된 휴가나 휴직도 제대로 못쓰잖아요. 저출산 문제요? 선진국 사례 살펴보고, 우리도 미흡한 부분 얼른 개선해야 가능하겠죠. 수당 몇푼 준다고 해결될 문제는 절대 아닙니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김씨의 일침, 되새겨 볼 만하지 않을까.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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