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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냉이에서 오징어 맛이?…채소에 숨어 있는 과학 [푸드360]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샘표 본사 1층 우리맛 공간에서 샘표가 2023 우리맛 특강을 개최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기름에 볶은 냉이를 한 번 맛보세요. 오징어 맛이 느껴지지 않나요?”

1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샘표 본사 1층. 우리맛 공간에 모인 참가자들이 볶은 냉이를 맛보고 감탄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냉이의 변신이었다.

이날 개최된 ‘2023 우리맛 특강’은 샘표가 소비자에게 우리맛 연구의 주요 결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유로 행사임에도 이틀간 진행되는 강연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는 뜨거웠다.

강연에서 참가자들은 식재료의 부위, 다듬는 방법, 조리법에 따라 천차만별 달라지는 식재료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요리도 과학”이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안형균 샘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이 식물성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강연자로 나선 안형균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원은 “어떻게 하면 우리 밥상을 쉽고 맛있게, 건강하게 준비할까라는 고민에서 우리맛연구중심 연구소가 출발했다”며 “아는 만큼 맛있는 한식을 위해 2016년부터 연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맛연구중심에는 셰프, 과학자 영양학자 등 3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냉이는 황함유화합물을 함유하고 있어 가열하면 해산물 계열의 향미를 낸다. 냉이 외에도 참가자들은 당근, 버섯 등 익숙한 식재료의 향을 맡아보고 먹어보며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달라지는 맛을 느꼈다.

흔한 식재료인 당근은 바깥쪽인 체관과 심지쪽인 물관에 따라 전혀 다른 채소처럼 느껴졌다. 체관은 단호박처럼 달콤하고 단단한 식감이 특징인 반면, 물관은 좀 더 무른 식감에 향이 더 옅은 특징을 지닌다.

시식 재료로 등장한 새송이 버섯은 가로로 썰 땐 어묵과 같은 탱글함을, 세로로 찢을 땐 닭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자랑했다.

안 연구원은 “방금 맛본 새송이는 전자레인지로 조리한 것”이라면서 “여러 조리법 중 새송이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향미 특징이 잘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무로 만든 무사골국, 병아리콩물과 두부로 만든 에그마요, 당근 라페와 냉이 김밥. 신주희 기자

식재료의 변신이 화려한 만큼 레시피도 무궁무진했다. 이날 강연에서는 무로만 만든 ‘무 사골국’, 냉이 김밥, 병아리콩으로 만든 '식물성 마요네즈', ‘당근 라페(당근을 채썰어 만든 프랑스식 샐러드)’가 등장했다.

무를 강불에 볶은 뒤 핸드믹서로 곱게 갈아 면포에 걸러주면 나주 곰탕과 설렁탕을 섞어 놓은 듯한 ‘무사골국’이 탄생한다. 무는 볶을 경우 단맛과 밤과 잣 계열에서 느낄 수 있는 고소한 맛, 감자 계열에서 나타나는 전붕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해 무를 볶아 국을 만들면 사골국과 같이 고소하고 담백한 맛을 내는 것이다.

식물성 마요네즈는 병아리콩 물에 있는 단백질의 유화력을 이용해 만든다. 병아리콩을 삶은 아쿠아파바는 각종 디저트류의 반죽을 만들 때 쓰는 계란 흰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거품기로 5분 가량 아쿠아파바를 빠르게 휘저으면 마치 머랭 같이 부푸는 게 특징이다.

이날 참가자들은 아쿠아 파바로 만든 식물성 마요네즈를 맛 보고 “원래 마요네즈보다 맛있다”며 놀라워했다.

안 연구원은 “한식 밥상에 등장하는 대부분이 채소를 활용한 요리가 많다”라며 “우리나라가 OECD국가 중 채소 섭취량 1위를 기록한 만큼 우선적으로 식물성 식재료 연구를 하고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샘표가 공들여 만든 우리맛 연구는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입소문을 탔다. 지난 2월 샘표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우리맛 연구 보고서는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한 때 서버가 셧다운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요리학교, 조리학과 등 각 분야에서 교재 및 책자 발간 요청이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샘표는 채소, 봄나물, 버섯, 콩 등 발표하지 않은 연구 결과까지 총 망라해 교재 편찬을 준비 중이다.

샘표 관계자는 “이번 특강은 우리맛 연구 결과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에 부응하고자 마련됐다”라며 “누구나 쉽고 맛있고 건강하게 요리할 수 있도록 우리맛 연구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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