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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78억어치 ‘저가·불량 돼지고기’…학교 급식·軍 밥상 올랐다
돼지고기. 사진은 기사와 무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약 10년간 도축 일시와 장소를 알 수 없는 돼지고기를 지역 축협에서 제조·판매한 것처럼 속여 유통시킨 전 축협 조합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품질이 매우 좋지 않은 돼지고기를 논산 육군훈련소와 학교 급식업체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태훈)는 13일 돼지고기 7200여t을 일명 '박스갈이'한 뒤 학교 등에 유통한 혐의로 논산계룡축협 조합장 A(74)씨와 전 축산물유통센터장 B(62)씨를 구속기소했다.

나머지 축협 축산물유통센터 직원과 육가공업체 대표들 8명도 불구속기소했다.

A씨 등 축협 직원들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외부 육가공업체에서 구입한 돼지고기 박스에서 라벨을 떼어낸 뒤 축협 돼지고기 브랜드를 단 박스에 옮겨 담는 '박스갈이' 수법으로 마트와 육군훈련소, 초·중·고교 등에 7235t(시가 778억원 상당)의 육류를 공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를 받는다.

축협 브랜드 제품의 판매 단가는 육가공업체의 단가보다 7.9%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B씨 등 센터 직원들은 2014년 4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돼지등심을 할인해 판매하고도 정가로 판 것처럼 속여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14억6000만원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A씨는 센터가 조성한 횡령금 가운데 2억2800만원을 활동비 명목으로 상납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도 기소됐다. 승진자들로부터 감사 인사 명목으로 480만원 상당의 현금과 건강식품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논산 육군훈련소와 학교 급식업체에 납품한 돼지고기 중 일부는 품질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악취가 난다'는 육군훈련소 급양 담당 대위의 민원부터 '핏물이 고여 있다', '화농으로 반품이 들어왔다'라는 센터 직원의 민원이 잇따랐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A씨는 지역 축협 조합장으로 22년간 재직하면서 직원들과 카르텔을 형성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챙겼다"며 "축산물유통센터 임직원들도 소규모 업체들에 부정 청탁을 받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 뿌리 깊은 부패 범죄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A씨가 받은 뇌물 2억3000만원은 기소 전 단계에서 추징 보전을 청구해 보전 조치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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