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초등생 수백명 안전 달렸다"…자기땅→통학로 만들어준 건물주
전주 인후초등학교 앞의 상가를 뚫어 만든 통학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초등학생들이 자신의 건물을 통학로로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건물을 뚫어 통학로를 만들어 준 건물주의 사연이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전북 전주시 인후동의 인후초등학교 앞의 상가 건물을 소유한 박주현, 김지연 씨 부부.

부부는 10여년 전 원래 주차장이던 공간에 건물을 지으려고 땅 주변에 쇠파이프를 둘러뒀다. 그런데 하루에만 수백명의 아이들이 쇠파이프 아래로 기어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도 해봤지만 자꾸 지나다녔다.

알고 보니 그 땅은 인근의 대단지 아파트와 인후초등학교 사이에 위치해 있었고, 아이들이 통학로로 이용해왔던 곳이었다.

전주 인후초등학교 앞의 상가를 뚫어 만든 통학로의 위치(빨간색 부분). 왼쪽 인후초등학교(초록색)과 오른쪽 대단지 아파트(파란색) 사이에 있다. [네이버 지도]

박 씨는 '여기를 막아 상가를 세워버리면 아이들은 어떡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길을 내기로 했다. 상가 건물을 세우면서 점포들 사이로 기다란 통로를 만들기로 한 것이다. 통로 앞뒤로는 '인후초등학교 가는 길'과 '아파트 가는 길'이라는 푯말을 붙여 아이들이 마음 편히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약 99㎡인 이 통학로를 메워 세를 놓으면 매달 100만원은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내와 고민 끝에 아이들의 등굣길이 안전해지는 것이 훨씬 가치있는 일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이 길 덕분에 동네 아이들은 차가 지나다니는 이면도로로 돌아가지 않고 바로 학교로 갈 수 있게 됐다.

박 씨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아이들이 이 통로를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며 "대전 어린이보호구역 사고 등 어린이 교통사고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픈데,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날 수 있는 길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