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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스키 붐’에 수제맥주 한물갔다? 오비맥주 꺼내든 '반격카드' 이것 [푸드360]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신제품 맥주 시음회 현장 모습. 김희량 기자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맥주 한 잔을 넘어 ‘수제맥주 문화’를 판다. 일명 ‘용리단길’에 위치한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브루랩 이야기다. 이곳은 젊은 층을 겨냥한 핫플레이스이자 맛집들의 성지로 유명한 서울 용산에 위치해 있다. 오비맥주는 브루랩을 통해 ‘도심 속 양조장’이라는 관광지이면서 브랜드를 알리는 거점으로 이 공간을 키워나가고 있다.

11일 ‘핸드앤몰트’ 브루랩에서 진행된 신제품 시음회에서는 지역 특산물을 통해 고유한 수제맥주를 만드는 ‘로컬을 담다’ 캠페인이 소개됐다. 전통주,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의 인기가 날로 올라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뒷방’ 신세가 된 수제맥주 브랜드가 꺼낸 비장의 카드는 ‘도심 속에서 만나는 특산물 맥주’라는 특별한 경험이다.

소규모지만 자체 양조시설을 가진 이곳은 경북 칠곡 꿀, 완주 생강 같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직접 맥주를 만들어낸다. 편의점 냉장고를 넘어 맥주 생산 시설에 직접 찾아가는 체험까지 함께 하도록 업계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와이너리, 위스키 양조장, 커피 로스터리처럼 제품의 생산지 자체를 관광지하거나 생산되는 공간을 직접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시도가 보다 늘었다. 카발란 위스키로 유명한 대만의 경우 ‘현지 양조장 투어’가 이미 하나의 관광상품이 된 것이 대표적이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신제품 맥주 시음회 현장 모습. 김희량 기자
‘로컬을 담다’…“지역특산물+지역번호가 제품명”

올해 핸드앤몰트가 진행하는 이 캠페인을 통해 생산된 맥주는 ‘지역 특산물’과 ‘지역 번호’가 조합된 특별한 이름을 가진다. 핸드앤몰트는 ‘로컬을 담다’ 캠페인을 통해 올해 총 6개의 신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오비맥주의 밀맥주인 구스아일랜드 제품(312 어반 위트 에일 등)에도 미국 시카고의 지역번호(312)가 이름에 들어간다.

이날 소개된 올해 2번째 신제품은 경북 칠곡 지역의 칠곡 꿀로 만든 ‘허니 054’이다. ‘허니 054’는 꽃향과 꿀이 어우러진 미디움 바디 맥주다. 핸드앤몰트는 올 3월 완주 생강으로 만든 ‘진저 063’을 선보인 바 있다. 브루랩에서는 ‘진저 063’을 500잔 생산했는데 완판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브루랩은 신제품 ‘허니 054’를 1000잔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브루랩 통해 한정판 ‘특산물 맥주’ 선보여

시음회가 진행된 공간은 2019년 8월 오픈돼 지금까지 1만5000리터의 하우스맥주가 생산된 핸드앤몰트의 브랜드체험 공간 매장이다. 오비맥주는 이 공간을 시작으로 지역특산물을 활용한 맥주를 선보인 뒤 지역에 소개, 지역 양조장과의 협업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수제맥주 문화를 만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신제품 맥주 시음회 현장 모습. 테이블 위 음식은 ‘페어링을 위한 칠곡 치즈 꿀단지’와 ‘완주 생강 립강정’이다. 김희량 기자

급성장 후 주춤 수제맥주 시장…전통주·고급 양주류로 무게중심 이동

한국의 수제 맥주 시장은 2013년 93억원에서 2021년 1520억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최근 그 성장세가 주춤해진 상황이다. 2020년 주세법 개정되며 혜택을 받았고 2021년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위스키·와인 등 고급양주류, 원소주 같은 전통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하면서 이전 같은 성장세가 꺾인 상황이다. 수제맥주 대표 주자인 제주맥주는 지난해 240억원 매출, 116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했다. 또 고물가 상황에서 편의점·마트 등에서 ‘수입맥주 4캔 8000원~10000원 같은 할인 공세를 벌이는 점도 어려운 지점이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브루랩 2층 내부 모습. 김희량 기자
점유율 낮은 수제맥주…성장 한계 직면하나?

이런 상황에서 편의점에서는 각종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이 홍수처럼 나왔으나 지속 가능성을 가진 제품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실제로 매출 점유율도 높지 않다. 맥주전문기업인 오비맥주의 경우 구스아일랜드 등 수제맥주 브랜드의 매출 점유율이 1~2%를 넘지 않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주류 시장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맥주 시장은 2020년(출고액) 기준 3조4974억원으로 수제맥주 매출액은 이중 약 3%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카스, 테라 등에 대비 틈새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오비맥주의 수제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신제품 맥주 시음회 현장 모습. 김희량 기자
지역상생·브랜드경험→가치소비, ‘맥주 문화’ 확대 시도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매출 확대보다는 제품군 다양화 측면에서 수제맥주를 활용하는 목적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실험실처럼 ‘마시고 싶은 맥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메시지와 더불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의미도 있다”면서 “소수일지라도 그들을 위한 제품,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맥주전문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오비맥주의 시도는 브랜드 경험을 통해 ‘가치 소비’를 선호하는 MZ세대를 겨냥하면서 동시에 맥주와 관련된 경험 자체를 늘리려는 시도로 읽힌다. 국내 맥주 시장의 경우 2018년 3조8591억원에서 2020년 3조3497억원으로 줄어들고 있다. 지역 원료를 매개로 지역 음식과, 해당 제품과 관련된 공간을 소개 및 굿즈 개발 등 ‘문화’로서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구상인 셈이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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