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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계출산율 2.95명...일본 소도시 ‘나기초의 기적’ [70th 창사기획-리버스 코리아 0.7의 경고]
초저출산 극복 日 나기초 가보니
10년 넘는 일관된 정책의 결과
日 총리도 방문, 육아정책 토론
지난달 15일 오카야마현 가쓰타군 나기초에 있는 ‘나기 차일드홈’. 마을주민이 모여 공동 육아를 하거나 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으로, 성공적인 육아시설로 꼽힌다. 김빛나 기자

미국, 영국, 네덜란드, 카타르.... 최근 1년간 전체 인구 6000명이 채 안 되는 소도시 ‘나기마을(奈義町·나기초)’에 저출산정책을 공부하러 온 국가들이다. ▶관련기사 4·5·30면

일본 오카야마현 북동부에 있는 나기초는 ‘기적의 마을’로 불린다. 2019년 합계출산율 2.95명, 코로나19가 확산됐던 2020년도 2.25명, 그다음 해도 2.68명이라는 높은 출산율을 기록했다. 보완 수정을 거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10년 넘게 한 정책을 파고든 결과다. 최근에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마을주민을 만나 육아정책을 토론했다. 나기초를 알기 위해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 육아시설 ‘나기 차일드 홈(Nagi Child Home)’이다. 외관상 평범한 유치원처럼 생긴 이곳에 들어가니 팸플릿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기초에서는 육아가 쉽습니다.”

나기차일드홈은 부모들이 함께 아이를 돌보는 공동 육아시설로, 집에서 혼자 육아에 시달리는 부모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탄생했다. 지난달 15일 오후 방문한 나기차일드홈에는 어머니 5명과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었다. 초등학교 교실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교실에서 부모와 아이들이 자연스레 섞여 놀고 있었다. 시설 안에 놀이기구, 동화책 등이 있어 부모는 별도의 준비가 필요 없다. 시설 이용료는 무료다.

현장에서 만난 부모들은 적어도 일주일에 2번 이상 시설을 방문한다고 했다. 5세, 3세, 갓 태어난 막내를 돌보고 있던 데라사카 미나 씨는 “전업주부일 때는 매일 방문했다. 지금은 일을 해서 일주일에 3번 정도 방문한다”며 “부모끼리 친해질 수 있고 아이들도 친구가 생겨서 좋다고 한다. 아이들이 오히려 더 시설을 찾아서 자주 오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 친구를 사귄다는 점은 나기차일드홈의 큰 장점이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5세 자녀를 둔 하기하라 미호 씨는 “시설에 오면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과 여러 이야기를 할 수 있어 좋다”며 “원래 나기초 출신인데 졸업 후 다른 지역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결혼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친구와 교류할 수 있는 각종 활동도 있다. 생일·크리스마스 파티 등도 시설에서 열린다. 아이들은 동네 노인들과 다도회에 참여하기도 하고, 인근 밭에서 고구마를 캐기도 한다. 체험학습 등 부모가 챙기는 각종 행사를 모두 나기차일드홈에서 해결할 수 있다. 행사비용 역시 사실상 무료다. 체험학습을 할 때 재료비 100엔(우리 돈 약 1000원)만 내면 된다.

이와 같이 아이를 시설에 맡기기만 하면 부모는 각종 육아 부담을 덜 수 있다. 나기초가 “육아가 쉽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다. 나기마을 부모는 갑자기 일이 생겼을 때 아이를 돌볼 사람을 찾지 않아도 된다. 나기차일드홈 안에 있는 ‘스마일(Smil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아이를 맡겨야 할 때 시설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부모를 연결한다. 아이를 돌볼 장소도 시설이 제공한다. 이용료도 1시간에 300엔(우리 돈 3000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이날 만난 스마일 담당자 미타무라 마사요 씨는 “영업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인데 원하면 오후 5시까지 맡길 수 있다”며 “보통은 3시간 정도 가능하지만 부모 사정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했다.

나기차일드홈이 처음부터 최적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던 건 아니다. 2007년 처음 문을 연 이래로 16년 동안 계속 변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이 모일 만한 장소를 만들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이후 체험활동을 개발하자는 등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지금의 모습이 됐다. 변화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초등학생을 돌볼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올봄에 새로운 직원을 충원했다.

나기마을에는 수정·보완을 거듭해 완성한 정책이 많다. 마을의 성공비결이기도 하다. 효과 없는 정책을 폐기하지 않고 보완책을 마련해 ‘완성형 저출산정책’을 만든다. 합계출산율 2.95명의 비결을 묻자 마을 홍보담당관인 모리야스 에이지 씨는 “10년 넘게 다가가야 사람들의 마음을 여는 것이 저출산정책이다. 매우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오카야마현(일본)=김빛나·신혜원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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