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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형의 현장에서] ‘냉정과 열정 사이’ 정부의 갈지자 행보

“과거 고도성장기엔 이른바 ‘모피아(MoFia·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로 불릴 정도로 재무부, 재정경제원 등 기획재정부 전신들의 파워는 막강했다. 하지만 고물가·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전만큼의 추진력과 일관성을 보여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최근 만난 기재부 관계자의 푸념이다. 경제상황이 과거와는 달라졌다는 얘기지만 또 다른 맥락이 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현안들을 보자. 정부, 특히 기재부의 입장이 난처해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용산 대통령실과의 정책조율은 고사하고 대통령의 발언에 급박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하고 당정협의회에서는 정부의 입장을 전달해도 결과적으로 속앓이해야 하는 결정이 나오기 일쑤다.

Take 1 공공요금. 3월 말 당정은 한전과 가스공사 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금을 올리는 게 불가피하지만 국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좀더 논의시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나라살림을 맡은 기재부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인상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당은 한전과 가스공사의 구조조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인상을 보류했다. 내년 4월 10일에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있다. 당장 공공요금 인상이 지연될수록 이 기업들의 적자 규모는 결국 부족한 재정을 보충하기 위해 재정증권 발행, 한은으로부터의 단기 차입 등 재정 부담으로 귀속된다.

Take 2. 양곡법 거부권.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2조1900억원 규모인 농업직불금을 단계적으로 5조원까지 확대하기로 발표했다. 농업직불금 확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지만 재정건전성을 기조로 하고 있는 기재부로선 ‘대략난감’이다.

Take 3. 내수활성화 정책. 정부가 수출침체로 인한 전반적인 경기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재부를 비롯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백화점식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기존 정책 재탕과 민간 이벤트 차용에 지원규모는 기존 예산에 추가하고도 신규 예산을 투입한 것처럼 부풀리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K-관광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표해야 하는 내용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심지어 전세사기 대응책까지 내수활성화 방안에 포함하는 ‘코미디’가 연출됐다. 급조된 대책의 발단은 내수진작대책을 내놓으라는 대통령의 발언 한 마디가 전부다.

‘냉정’하게 예산을 다뤄야 하는 기재부와 그 예산을 집행하는 주관 부처들이 심사숙고해서 정책을 내놓아야 하고, 실제 그러고 있지만 ‘열정’적인 정치권이 정부를 압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부의 정책은 일관성 확보가 중요하다. 주로 서민대책이지만 기업대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친기업정책을 표방하는 윤석열 정부가 ‘언발에 오줌 누기’식 대증요법만 제시해선 예측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는 기업에게 혼란만 더해줄 뿐이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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