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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총 종이통지서’ 롯데월드타워 8배 높이가 버려졌다
작년 발송된 자료 쌓으면 4526m
사용량 매년 증가... ESG경영 무색
‘통지서 수령 거부 서비스’가 대안

12월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지난해 주주총회 참석장을 비롯한 주주 통지서가 롯데월드 타워 8배 높이만큼 버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열풍으로 기업의 종이 사용 절감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주의 숫자가 더 급격히 늘어나 종이 사용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10일 국민은행, 하나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명의개서대리인 3사가 김종민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주 통지서가 4525만7321건 발송된 것으로 나타났다. A4용지(두께 0.1㎜) 기준으로 해당 자료를 한 줄로 쌓을 경우 높이는 4526m로 555m인 롯데월드타워를 8개 쌓은 것보다 높았다.

실제 종이 사용량은 4526만건보다 2~3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우편물에는 내용물을 담은 명의개서대리인의 봉투와 주주총회 참석장, 배당 안내 등 필수 품목뿐만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동봉한 안건 소개, 위임장, 서면 투표용지, 편지 봉투 등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기자가 수집한 주주총회 통지서 중 내용물이 가장 많았던 상장사는 롯데렌탈이었다. 주주총회 참석장, 정기주주총회 소집 통지문, 안건 참고 자료, 서면 투표용지, IR담당자 앞 주소지가 적힌 종이봉투 등 총 5장이 담겨있었다.

롯데렌탈은 “주주의 의결권 보장을 위해 정관에서 의결권 행사에 필요한 서면과 참고 자료를 첨부하라고 규정했고 이에 따라 관련 서류를 발송했다”며 “올해 주주총회에서 해당 정관을 삭제하고 전자투표제도 채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또 해당 통계가 권리기준일을 기준으로 집계되는 만큼 지난해 발행된 통지서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열린 주주총회에 참석할 권리와 해당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배당을 받을 권리는 지난해 12월 28일 해당 기업 주식을 보유한 주주에게 있다. 이에 따라 자료를 집계한 3월 이후에 배당 통지문이 배송됐다면 2022년 발송된 통지서 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상장사들은 비용 절감 및 ESG 경영 실천을 위해 통지서 발행을 줄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의 급증으로 절대적인 종이 사용량은 계속해서 늘어났다. 2020년 통지서 발행 건수는 3172만5685건이었으나 2년 만에 42.66% 증가했다.

상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르면 정기 주주총회, 임시 주주총회, 유·무상 증자, 주식 배당은 반드시 통지가 이뤄져야 한다. 다만, 주주총회 소집 통지에 한해 지분율 1% 이하 주주에 대한 통지서 발행을 금융감독원 혹은 한국거래소 공시로 대체할 수 있다.

이에 정기 주주총회 공지를 전자 공시로 갈음한 기업의 수는 2020년 1626개사에서 1879개사로 증가했다. 2022년 기준 전체 상장사 대비 71.69%에 달하는 수치다.

그럼에도 개인투자자 주식 참여 증가로 소액주주의 절대적인 숫자가 크게 늘면서 매해 통지서 발행 건수는 증가했다. 지난해 모든 상장사의 소액주주는 4721만명(중복)이었으나 2022년에는 8443만명에 달한다.

예탁원에 따르면 중복 집계를 제외한 12월 결산 전체 상장법인 주식의 소유자 수는 2018년 561만명에서 1441만명으로 2.5배 넘게 늘었다.

다만, 전자 공시로 통지서를 일괄 대체할 경우 주주 의결권을 침해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연령이나 기타 조건에 따라 전자 문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어 노령층의 의결권 행사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명의개서대리인 3사 중 정기 주주총회 통지를 전자 공시로 대체한 비율이 유일하게 줄었는데, 그 원인을 위탁사 주주의 노령화로 꼽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명의개서대리인은 상장사의 주식 사무를 대리해주는 이행 보조자의 역할”이라며 “위탁사 주주의 연령층이 높을 경우 전자문서에 취약해 우편물로 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가장 쉽게 종이 쓰레기를 줄일 방법으론 주주가 직접 신청하는 ‘통지서 수령 거부 서비스’가 꼽힌다. 주주 통지서를 대리 배송하는 명의개서대리인 3사는 각종 주주 통지서 우편물을 거부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예탁원은 홈페이지에서 신청이 가능하며 하나은행은 지점 방문이나 전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하나은행은 “홈페이지에서 우편물 거부 신청이 가능하도록 전산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인지도 부족으로 아직까지 신청 건수는 미미하다. 2020년에 대비 신청건수는 6배 가까이 늘었지만, 전체 신청 건수는 3478건 수준이다. 권제인 기자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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