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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요금의 저주’ 한전채發 기업들 돈 가뭄 오나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한국전력이 올해만 벌써 8조5400억 원의 회사채를 찍어냈다. 시장에선 대규모 적자난에 허덕이는 한전이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 일반 기업의 채권이 외면받는 ‘구축효과’가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채권시장은 올 가을께를 위기 분기점으로 보고 한전채 등 국공채 발행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7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한전채 잔액은 68조300억원으로 1년전 잔액(39조6200억원)보다 72% 가량 늘었다. 올들어 한전이 발행한 신규 회사채는 8조5400억원(4일 기준)이다. ▷1월 3조2100억원 ▷2월 2조7100억원 ▷3월 2조900억원 ▷4월(4일까지) 5300억원을 발행했다. 만기 상환을 고려한 순발행액은 6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시장 긴장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한전은 사채발행한도 증액을 담은 한전법 통과, 전기요금 인상을 통한 손익 개선 기대감 등 시장 신뢰를 회복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분기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지자 한전은 회사채 발행 없이는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초순에는 동일등급 공사채와 한전채 간의 금리 차이가 7.2bp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한전채가 올해도 대규모 발행되면서 물량 부담이 생겼다”"며 “동일등급 공사채와 한전채 금리는 재차 벌어져 3월말 현재 20bp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보증하는 우량 채권인 한전채에 수요가 몰리면 일반 기업의 회사채가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 때 한전채로 수요가 쏠리면서 회사채 시장을 경색시켰던 ‘구축효과’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입찰이 진행된 5300억원 규모 신규 발행에도 한전채에는 목표 금액의 2배가 넘는 1조2000억원이 몰렸다.

여기에 한국도로공사·한국수자원공사 등 신용등급 AAA에 해당하는 공기업들이 이달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구축효과’ 위기감도 키우고 있다. 지난해말 정부는 한전채를 포함해 국공채 발행물량을 감축하고 발행시기를 조절해 채권시장 수급여건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시장 우려는 여전하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연초에 채권시장이 반짝 좋았을 때, 발행량도 꽤 있었던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예전처럼 한전채에 수요가 몰리거나 가시화된 상태는 아니”라면서도 “최근 도로공사채나 장기물의 경우도 수요가 있는 것으로 봐선 아무래도 (한전채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쏟아졌던 물량의 만기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올 가을께가 자금시장을 경색시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증권가에선 회사채 발행만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을 보류하면서 영업손실 전망치도 불어나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올해 영업손실 전망치를 기존 8조6000억원에서 12조6000억원으로 수정하기도 했다. 적자가 커지면 자본금을 그만큼 갉아먹기 때문에 한전채 발행 한도는 줄어든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사채발행한도 확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자본이 꾸준히 줄어들게 된다면 상장 유지 관점에서 상당히 위험한 구간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경고했다. 권덕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누적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은 비용절감 외에 요금인상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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