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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양호’ 판정 정자교 붕괴에 “불안” 여전…국토부, 등급용어 변경 검토
안전점검 ‘양호’ 판정 2년 만에 붕괴한 정자교
국토부 “상식에 부합 않는 용어, 변경 논의할 것”
유명무실 안전점검…“매뉴얼 개편이 우선” 지적도
지난 5일 붕괴 사고로 사상자 2명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연합]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지난해 정기안전점검에서 ‘양호(B등급)’을 받았던 경기도 성남시 정자교 붕괴 사고로 사상자 2명이 발생한 가운데, 국토교통부가 안전등급 용어변경 검토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일각에선 전국에 노후 교량이 즐비한 상황에서 단순 용어변경 보다 안전점검 매뉴얼 자체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정자교가 지난해 안전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았지만 사고가 발생한만큼,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기술적 용어라는 의견이 나와 용어 변경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자교는 2021년 5월 분당구가 지역 교량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 보통(C등급)을 받았으나, 이후 8월에 다시 이뤄진 정기안전점검에선 바닥 판 보수 등을 거쳐 양호(B등급) 판정을 받았다. ‘계측 장비를 동원해 2년에 한번씩 내부 결함까지 들여다보는 정밀점검과 달리 정기점검은 6개월에 한번씩 외관상으로 드러나는 결함만 확인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기점검에선 육안전검만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정자교는 C등급 상태였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설물 안전등급 기준에 따르면 ‘양호’는 ‘보조부재에 경미한 결함이 발생하였으나 기능 발휘에는 지장이 없고 내구성 증진을 위해 일부의 보수가 필요한 상태’다. ‘매우 좋다’라는 양호의 사전적 의미가 혼선을 줄 수 있어 다른 말로 대체하겠다는 것이 국토부의 취지다. 보통등급은 ‘주요부재에 경미한 결함 또는 보조부재에 광범위한 결함이 발생했으나 전체적인 시설물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으며, 주요부재에 내구성,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가 필요하거나 보조부재에 간단한 보강이 필요한 상태’다.

다만 일각에선 단순한 용어 변경보다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한 안전점검 제도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정자교 붕괴 사고 이후 성남시는 긴급점검을 벌여 2개 교량에 대해 추가적으로 통제 조치를 내렸다. 보행로 침하 현상이 발견된 불정교와, 보행로 일부가 기운 수내교다. 이밖에도 2년 전 분당구가 정밀점검을 진행한 탄천 횡단 교량 16곳 중 9곳은 정자교와 같은 C등급을 받았다. 이들 교량은 정자교처럼 모두 1993년 이전에 준공돼 30년이 넘은 노후 교량이다. 국토안전관리원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교량은 4422개에 달한다.

정자교가 붕괴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분당구에 거주하는 최모(32)씨는 “탄천 교량 밑으로 자주 산책을 해왔는데 언제 사고가 또 날지 몰라 불안해 정자교 사고 이후로는 아예 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 차원에서 안전점검 매뉴얼 자체를 강화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사고 원인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용어상의 문제만이 아니라 안전점검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라며 “교량을 제대로 점검하려면 비용과 장비를 재대로 동원해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점검 매뉴얼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은 정자교 사고와 관련해 관련자 소환 등 수사를 진행중이다. 정자교 붕괴 사고 수사 전담팀을 꾸린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6일 분당구청 교량 관리 업무 담당자를 불러 조사했다. 안전점검 및 보수공사를 한 업체 관계자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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