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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인상 멈추니 다시 고개 든 ‘빚투’…7개월來 최고치 찍은 신용융자·투자자예탁금 [死線에 선 개미]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국내 증시로 동학개미(개인투자자)의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증시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7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고, 연초 감소세를 보이던 신용융자는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특히 2차전지주가 주도하는 코스닥시장이 나 홀로 오르자 여기에 베팅하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증가세가 가팔랐다. '있는 돈·없는 돈' 모두 증시로 향하자 전문가는 “아직 글로벌 은행권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과열 조짐을 경계했다.

▶매서운 코스닥 개미의 '빚투'=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4일 기준 18조775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부터 10거래일(8282억원) 연속 늘어나며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6일(18조7767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초 15조원대까지 내려갔던 신용융자잔고는 3월 말 18조원 돌파, 현재 19조원을 넘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빚투’ 움직임이 최근 코스닥 상승랠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지수는 올해 들어 26.2%(5일 종가 기준) 뛰었다. 이 기간 코스닥 시장의 신용융자잔고도 7조7609억원에서 9조7190억원으로 25.2% 증가했다. 반면, 코스피의 신용융자잔고는 3.4% 오른 수준에 그쳤다. 코스피가 횡보세를 보이자 상승세가 뚜렷한 코스닥에 투심이 몰린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코스닥 ‘빚투’ 규모도 코스피를 앞지르고 있다. 4일 기준 시장별 신용융자잔고는 코스닥 9조7190억원, 코스피 9조564억원을 기록했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가 코스닥보다 약 1조 원 더 많았지만 지난달 22일부터 역전됐다. 코스닥 거래도 빠르게 돌아갔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들어 1월 6조1731억원, 2월 9조6298억원, 3월 12조7382억원 등으로 석 달 새 두 배로 불어났다.

업계에선 2차전지 관련주가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자 여기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 늘었다고 해석한다. 에크프로 그룹주가 대표적이다. 석 달여 기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거래대금만 모두 54조원이 넘는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가 가장 몰린 종목(4일, 거래대금 기준)에 에코프로비엠(27조5724억원), 에코프로(26조4605억원), 엘앤에프(17조2776억원)이 지목됐다.

▶5%→3% 예금금리 뚝…증시로 ‘머니무브’=정기예금 고금리에 이동했던 자금이 증시로 돌아오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11월 5%대를 넘겼던 은행의 예금금리가 3%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투자 매력을 잃었다는 판단에서다. 증시의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 예탁금은 올 1월 43조원대까지 내려갔지만 4일 기준 50조5307억 원까지 오른 상태다. 지난 3일 예탁금은 53조5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2일(54조7126억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금융투자협회]

반면, 5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842조4292억원으로 2월 말 853조226억 원보다 10조5933억 원 줄었다. 정기예금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은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누렸던 정기예금의 수요가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증시 과열에 한국판 ‘밈(meme) 주식’까지 등장했다. 기업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보다 ‘상승세’ 자체를 보고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4일 에코프로에 대해 “NAV(순자산가치) 대비 현 주가는 현저한 고평가 영역”이라며 투자의견을 매수(BUY)에서 홀드(HOLD)로 하향 조정했다. 그럼에도 에코프로는 5일 50만 원을 넘어서며 신고가(종가 기준)를 갈아치웠다.

전문가들은 단기 급등에 따른 후폭풍을 경고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현 시장 상황을 ‘과열’이라고 보고 “추격 매수하기보다 올해 들어 소외됐던 저평가주들을 살펴보고 있다”며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많이 떨어진 리츠주 등을 예시로 거론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인해 촉발된 글로벌 은행권 위기는 아직 진행형”이라며 “잠시 억눌러 잠재웠을 뿐 언제든 다른 뇌관에서 터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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