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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최대 규모’ 리볼빙 수수료 어쩌나…딜레마 빠진 당국 [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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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신용카드 리볼빙 잔액이 연일 치솟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좀체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금리 상황으로 취약차주들의 대출이 어려운 가운데 리볼빙 수수료 인하를 강요할 경우 오히려 차주들의 유동성을 막아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카드사들의 연체율 관리와 차주들의 자금 조달창구를 열어둬야 하는 딜레마 사이에 갇혀버린 셈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지난해 발표했던 국내 여신전문금융사(여전사)의 건전성 기준 강화방안을 잠정 보류 중인 상태다. 앞서 당국은 리볼빙 서비스 관련 신용 손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방안 등을 검토해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올 상반기 도입하기로 한 바 있다. 현재 총 이용 한도 대비 이월 잔액이 80% 이상인 경우 ‘요주의’로 분류하는데 이 기준을 강화하거나 다중 채무자 등에 대한 리볼빙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는 안 등이 거론됐었다.

실제 카드사들은 요주의 기준을 강화했을 때 충당금을 어느 정도 더 쌓아야 하는지 시뮬레이션까지 진행해 금융당국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예를 들어 요주의 기준을 ‘이월 잔액 60% 이상인 경우’로 낮췄을 때 연체에 해당하는 잔액이 더 많아지기 때문에 카드사는 충당금을 기존보다 더 적립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해당 기준을 강화할 때 카드사별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충당금으로 더 적립해야 하는지 확인을 마친 상태다.

하지만 당국은 현재 이 방안에 대해 진행을 잠정 보류했다. 신용 손실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무조건 기준을 강화했다가 취약차주들의 대출문턱이 높아지고 조달비용 창구가 완전히 막혀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일부 제2금융권의 여전사 및 저축은행은 고금리 기조 속에 연체율이 올라가고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자 플랫폼을 통해 유입되는 대출 수요를 거절하고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한 금융당국이 또 같은 현상이 나타날까 우려해 올 상반기 시행 예정이었던 ‘리볼빙 위험성 관리방안’을 보류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에서 충분히 카드사의 사정을 고려한 것 같다”며 “리스크를 관리하라는 주문이 떨어지면 (카드사는) 위험차주에게 대출을 안 해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이를 강제하지 못하는 배경은 또 있다. 국내 카드사들이 충당금을 이미 쌓을대로 쌓으면서 경영 실적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됨에 따라 카드 결제가 급증했음에도 국내 신용카드사의 순익은 오히려 4% 감소했다. 금리인상 여파로 여전채 시장 경색이 겹치면서 자금조달비용이 급증하고, 또 급증하는 연체율에 충당금 적립률을 대폭 상향조정한 탓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카드사들 또한 기계적으로 충당금을 쌓아온 상황”이라며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어려웠던 데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추라고 할 경우 미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제약조건 속에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리볼빙 수수료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등 신용 손실에 대비하기 위한 우회적인 방법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6%대까지 치솟았던 여전채(금융채Ⅱ AA+ 3년물)가 3%대에 진입하며 채권시장의 숨통이 틔워지자 금융당국은 리볼빙 수수료 인하를 개별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hss@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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