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트위터 캡처]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탈리아의 유력 언론은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 중인 한국을 놓고 원인을 '남녀 갈등'으로 거론했다. '성평등'이 이뤄져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지난 2일(현지시간) '한국의 엄마들이 파업한다 : 아시아 호랑이는 멸종 위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코레에레 델라 세라는 이탈리아 밀라노에 기반을 둔 일간지다. 이탈리아 내 발행 부수가 가장 많다.

기사를 쓴 미켈라 만토반 기자는 "2021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한국에서 신생아가 태어나지 않고 있다. 작지만 강한 아시아의 호랑이가 인구 감소 묵시록의 한가운데 놓였다"고 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출산 파업'으로 규정했다. 근본 원인으로 한국 사회의 남녀 불평등과 직업 환경 내 차별을 언급했다. 이를 경험한 한국 여성들이 의도적으로 출산을 피한다는 이야기다.

[이탈리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트위터 캡처]

만토반 기자는 "한국 수도 서울에선 옷을 잘 차려입고 곱게 화장한 여성들이 머리에 헤어롤을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한 여성의 헤어롤은 남성이 만든 세상에 대한 반항의 상징"이라고 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2017년 3월10일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하는 사진도 실었다.

만토반 기자는 성차별 속 성장하는 여성 이야기가 담긴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한국에서 100만부 이상 팔린 일도 주목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2화에서 회사 합병, 인력 감축 계획 당시 회사가 어떻게 여성을 압박해 사직서를 쓰게 하는지도 언급했다. "공주 되기 싫어, 나의 가치를 매길 수 없어, 내가 원하는 것 리스트에 왕자는 없다, 사랑은 내가 끊은 약이야'라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노래 가사도 소개했다.

만토반 기자는 "남녀 갈등이 심각해져 많은 여성이 '아기 제조 기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산 기피라는 형태의 파업을 하고 있고, 일부는 비연애, 비성관계, 비혼, 비출산 등 '4B'를 추구하며 싱글 생활을 선택 중"이라며 "결국 성평등이 낮은 출산율의 해결책"이라고 했다.

그는 "가부장제로 대표되는 유교 문화로 인해 오랫동안 억압받는 한국 여성들이 민주화, 서구 문화 유입 등을 통해 남녀 차별에 대한 의식이 높아졌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캡처]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2018년(0.98명)에 처음 0명대로 가라앉은 후 거듭 감소세다. 2025년에는 0.61명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있다. 이 추세라면 2050년 경제 성장률은 0% 안팎으로 하락하고,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