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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김혜수까지 내세웠는데…명품커머스, 어쩌다 벼랑 끝 섰나 [추락하는 명품플랫폼]
발란 CI. [발란 제공]

[헤럴드경제=이정아·신주희 기자] “오늘 문 닫는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최근 들어 e-커머스업계 안팎에서 명품 플랫폼을 두고 빈번하게 나오는 말이다. 그동안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등 국내 3대 명품 플랫폼은 투자금 대부분을 막대한 광고비로 사용해 인지도를 높이는 기업 간 ‘치킨게임’을 벌였다.

그러나 고물가에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명품 소비열기가 한 풀 꺾인 데다 벤처캐피털(VC)의 돈줄까지 말라가면서 ‘문제’가 벌어졌다. 한 명품 플랫폼업체는 올해 투자사에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끝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벼랑 끝에 몰린 ‘한계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벤처투자업계의 진단이다.

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기업 간 거래(B2B)’사업을 진행하는 발란은 최근 3개월간 일부 국내 바이어에게 선급금을 받고도 물품 제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파악된 피해자금 규모만 약 3억9300만원으로, 피해 업체는 9~10곳에 이른다.

한 피해자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통상 2~3주 안에 지급받는 상품을 석 달이 되도록 못 받고 있다”며 “일부 유럽 현지 명품 부티크가 발란과 거래를 중단하면서 상품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 같다. 1억원이 넘는 돈을 발란에 선지급했는데 지금까지 물품은커녕 돈도 되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발란이 자금 경색으로 경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이야기도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수료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올리지 않는 한 투자금을 확보하거나 부채를 끌어다쓰지 않으면 운영 자체가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2021년 발란의 영업적자와 당기순손실은 각각 185억원과 19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이달 중순 지난해 회계연도 감사보고서가 공시될 예정일 가운데, 지난해 발란의 영업손실은 전년보다 최소 3배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도 막대한 비용을 광고선전비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발란은 TV·버스 광고 등 광고선전비로 350억원가량을 책정했다. 전년(190억원)에 비해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실제 발란은 지난해 배우 김혜수 씨를 모델로 기용하며 대대적인 홍보를 펼쳤다. 김씨와 계약은 지난달 종료됐다고 발란은 전했다.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한 업체 간 출혈 경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전반적인 명품 소비가 자체가 줄어든 것도 명품 플랫폼업체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스타트업 ‘성장 가늠자’ 중 하나인 발란의 거래액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을 것으로 추측되는 이유다. 올해 초 롯데·신세계·현대,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5%대로 뚝 떨어졌다. 직전 연도에만 해도 연평균 20%씩 매출이 신장됐다는 점을 비교해보면 성장폭이 크게 꺾였다. 백화점보다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큰 명품 플랫폼은 매출 성장률이 더 크게 떨어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해 1월에 이용자 25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1년 전(43만명)에 비해 18만명 줄어든 수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발란의 주요 투자자인 네이버가 30~5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해 최근 발란 지분을 시장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거래가 요원해 현재로서는 매각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국내 3대 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가운데 가장 무서운 성장세로 큰 발란이 기대할 수 있는 수익처는 수수료 매출이다. 실제로 발란은 판매자에게 통상 6~7% 적용한 수수료율을 최근 11~13%로 올렸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품 플랫폼 스타트업 간 경쟁이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수수료 인상은 기업의 시장지배력을 줄일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품 플랫폼에 납품하는 물건을 빼는 판매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납품이 무기한 지연되거나 거래대금을 제대로 정산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발란 관계자는 “조직개편 때문에 업무가 원활하지 않았으며 해외 부티크와의 거래 문제로 시간이 필요했다. 일부 업체가 잔금일을 지키지 않아 차질이 생겼다”며 “선급금을 낸 판매자들을 5일 만나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금난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발란은 자금 건전성에 관한 한 최상위 상태”라고 해명했다.

dsun@heraldcorp.com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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