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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불거진 유가發 인플레 우려…증시상승세 ‘브레이크’ 걸기엔 약하다 [투자360]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주가는 두려움의 벽을 타고 오른다.’ (월가 격언)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플러스(+) 소속 산유국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추가 감산 계획을 발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지만 국내외 증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통상 유가가 급등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렇게 되면 금리 상승 유인이 확대돼 증시에는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사실상 방향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유가는 미국의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상시 모니터링하는 지표다. 하지만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원유의 가격은 공급 뿐 아니라 수요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따라서 감산 이슈에 따른 공급 측면에서 유가가 단기에 크게 올랐다 하더라도 추후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가 급감할 경우 가격은 다시 하방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 글로벌 원유 수요와 성장률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를 띠는데 올해 세계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유가의 상방이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같이 유가는 시시각각 다양한 변수에 의해 정해지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은 원자재 중 하나로 분류된다. 대표 매파(긴축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이번 감산 결정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OPEC+의 이번 결정은 놀라운 일이지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며 “유가는 변동이 심해 따라잡기 어렵지만 일부가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는 연준의 일을 좀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연준도 물가의 최우선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중에서도 변동성이 높은 유가 등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를 가장 신뢰하고 있다.

월가는 이미 지난달 실리콘밸리(SVB) 사태로 불거진 은행권 시스템 불안감을 잊은지 오래인 듯 보인다. 오히려 사태 이전보다 더 강한 상승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이런 데에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를 동결할 뿐 아니라 연내 금리 인하에도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바탕에 있다. 여기에 설령 제2의 SVB 사태가 촉발된다 하더라도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정부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수습에 나서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도 힘을 보탠다.

이처럼 지금은 어쩌면 냉철한 이성보다는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탐욕에 의해 움직이는 시장이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산유국들의 감산 결정에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유가는 경기가 후퇴되면 수요 둔화에 따라 얼마든지 추세가 전환될 수 있고, 무엇보다 상업용 부동산 등에 따른 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조만간 중단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물가 우려에 따른 미국의 긴축 전망으로 달러 인덱스가 오르면서 급등했는데, 4일에는 이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되면서 전일의 상승분이 반납되고 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날 “12월 중순부터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가 증가하고 있었고, 미국 전략비축유가 계획대로 2분기에 추가 방출될 것이며, 글로벌 경기는 위축되는 국면에 있기 때문에 유가가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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