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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예금서 10조원 탈출 러시…"은행도 불안하다?"[머니뭐니]
서울 한 시중은행의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들의 정기예금 잔액이 10조원 가량 줄어드는 등 은행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탈은행’ 현상이 두드러져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은행권에선 불안 심리로 인한 탈은행 현상을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예금금리가 3%대까지 떨어지면서 메리트가 떨어져 대안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5대 은행 정기예금 10조원 증발…은행권, “예적금 인기 떨어진 영향”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806조2295억원으로 전월 말(815조7006억원)에 비해 약 9조5000억원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계속된 예금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한 달 새 약 3조2000억원이 늘어나며 인기를 끌었던 정기예금의 수요가 돌연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13일 오전(현지시간) SVB 본사 앞에 고객들이 줄을 서서 예금 인출을 기다리고 있다.[연합]

이에 SVB 사태로 인해 촉발됐던 은행 예금에 대한 불안감이 국내에까지 전파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SVB 사태가 본격화된 이달 중순 이후 정기예금 수요 감소 속도는 더 빠르게 나타났다. 예컨대 SVB 사태 직후인 지난달 15일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13조1900억원으로 전월 말에 비해 2조5000억원가량 줄어든 데 그쳤다. 하지만 15일부터 전월 말까지 보름간 정기예금 잔액은 약 7조원이 줄어들며, 3배가량 빠른 감소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상이 SVB 사태에 따른 ‘불안 심리’가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 잔액 감소가 단순히 금리 매력이 떨어진 데 따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이날 기준 3.4~3.53% 수준으로, 5%대를 넘어섰던 지난해말에 비해 약 1.5~2%포인트가량 떨어진 상태다. 지난달 초와 비교했을 때도 금리 상단이 0.3%포인트가량 낮아진 수준이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입출금기(ATM)가 줄지어 놓여 있다.[연합]

시중은행 관계자는 “SVB 사태가 국내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컨센서스가 어느 정도 형성됐을뿐더러, 금융시장 불안정에 따른 논의 또한 2금융권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불안성 예금 이탈이 발생한 것이라기보다, 예금금리 하락에 따라 매력도가 높은 타 투자처로의 이동이 나타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부동산 불안해”…법인은 ‘MMF’, 개인은 ‘채권’ 수요 증가

실제 시장에서는 한때 예적금에 쏠렸던 자금이 국고채 등 채권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단기성 자금운용 상품 등 대안 투자처로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인기를 누렸던 정기예금의 수요가 주춤하고 있는데다,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잠시 반등 기류가 형성됐던 주식시장의 전망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의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기준 국내 MMF 잔액은 197조5403억원으로 지난해 말(153조4300억원)과 비교해 40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SVB 파산 직후 MMF 잔액은 잠시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법인의 대기성 자금이 MMF에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MMF는 만기 1년 이내의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수시 입출금이 가능해 대기성 자금을 거치하기에 유리하다.

개인들의 경우 비교적 수익률이 낮은 MMF의 수요가 높지는 않지만, 우량채 위주의 채권 투자 열기는 뜨겁다. SVB 사태 이후 금리 인상 조기 종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영향이다. 지난달 말까지 올해 개인들이 장외에서 순매수한 채권의 규모는 약 8조65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451억원)에 비해 약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VB 사태 발생 이후 보름 동안 약 2조원 규모의 순매수가 이뤄지는 등 최근 채권의 인기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에 자금이 진입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에서 예금금리까지 떨어지며 채권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개인의 불안 심리가 은행의 예금 이탈로까지 이어졌다고는 뚜렷하게 확증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SVB 사태로 인해 2금융권 등 예금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진 것은 분명하므로, 예금보호한도 논의 등 금융당국의 관심은 계속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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