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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혜원의 현장에서] 부동산규제완화책, ‘공허한 약속’ 안돼야

“전매제한이야 풀린다지만 실거주 의무를 그대로 두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요. 매수자와 매도자가 한집 살림하라는 게 아니라면 법이 뭐 이럴까요. 내년 총선 때까지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건지 걱정이 큽니다.”(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계약자)

실천 없는 공허한 약속은 혼란만 낳을 뿐이다. 정부가 작년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책을 잇달아 내놨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이 여소야대의 벽에 가로막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대책은 발표했으나 법 개정의 불확실성만 커져 시장의 혼선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임대인 정보 제시 의무화·임차권 등기 신속화)’,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집값 띄우기 처벌 강화)’ 등 부동산 거래 불법행위 관련 법안이 통과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정부가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1·3 대책에 담은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 폐지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 작년 9월 정부가 발표했지만 여전히 공전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완법 개정안’, 같은 해 12월 발표된 취득세 중과 완화 관련 법인 ‘지방세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통과는커녕 소관 상임위원회에서의 논의가 더딘 상황이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 상정 단계인 주택법 개정안의 경우, 정부가 1·3 대책에서 함께 발표한 전매제한 완화가 곧 시행될 예정이지만 개정안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 청약 당첨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매제한이 완화돼 입주권을 팔았다고 해도 실거주 의무 폐지가 되지 않는 이상 무조건 2년을 살아야 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질 수도 있기때문이다.

실제로 1·3 대책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둔촌주공 청약 당첨자들은 전매제한 기간이 기존 8년에서 1년으로 줄어들어 입주 전에도 집을 팔 수 있지만 입주 예정일인 2025년 1월 전까지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2년 실거주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정부도 이 같은 모순을 고려해 애초 지난달 말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올릴 계획이었던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전매제한 완화) 상정을 오는 4일로 일주일 미루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국토위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에 관한 첫 논의가 예정된 만큼 이를 살펴보고 시행령을 공포하겠단 취지였지만 국토법안심사소위에서의 논의는 무산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록 국회에서 논의가 안 되긴 했지만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은 4일 그대로 국무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실거주 의무 폐지와 전매제한이 연계돼 있는 건 맞지만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 단지도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제 실거주 의무 폐지 여부는 온전히 국회의 몫이 됐다. 정치의 태생적 본질이 ‘다툼’이라고 하지만 국민의 주거 불안과 직결된 문제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김기현 대표 체제 1호 특별위원회로 당 민생특별위원회를 발족한 국민의힘도,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며 민생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민생을 위한 국회의 역할이 무엇일지 거듭 고민해야 한다.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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