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갑질과 범법행위 등으로 주목받은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회장의 만행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
지난 1일 전파를 탄 채널A 범죄다큐스릴러 '블랙2 : 영혼파괴자들'은 양 회장이 직원들에게 행한 여러 가혹 행위들을 다시 다뤘다.
이에 따르면 양 회장는 회사 내 직원에게 BB탄 총 쏘기, 강제로 머리에 특이한 색 물들이기(염색), 립스틱으로 여직원 신체에 자기 이름 쓰고 사진 찍기 등이었다.
가령 양 회장은 회의를 진행하는 직원에게 대뜸 BB탄 총을 쏘고, 회식 때는 화장실에 못 가도록 막았다고 한다. 40~50대 직원들을 직접 미용실에 데려가 초록, 빨강 등 화려한 색으로 염색할 것을 지시했다. 한 직원에게는 "순대의 간 색깔이 마음에 든다"며 해당 색깔로 염색을 시켰다는 증언도 있었다.
평소 어깨,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는 직원 신체에 거머리를 붙이고, 립스틱으로 여직원 신체에 자기 이름을 쓴 뒤 사진을 찍었다. 직원들을 자기 별장에 데려가 닭을 향해 활을 쏘도록 시켰다. 직원들이 활을 쏘지 못하자 1m 길이의 장도를 주고 닭을 도살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회장은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도청 프로그램으로 직원 70여명을 감시했다. 사진, 연락처, 문자 내용, 인터넷 사용기록, 오피스텔 비밀번호 등 스마트폰상 정보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대부분 IT업계는 복장이 비교적 편한 반면, 양 회장 회사는 직원에게 정장과 흰 셔츠를 요구했다고 당시 양 회장이 운영하는 웹하드 업체에서 일했던 한 직원이 밝혔다.
2018년 10월 양 회장이 사무실에서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퍼지며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이 대대적으로 수사한 결과, 양 회장의 여러 만행이 확인됐다.
양 회장의 유년시절은 어려웠다고 한다. 청소년기에는 아버지에게 고막이 터질 정도로 맞은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녹즙기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 웹사이트 사업으로 성공했지만, 2011년 불법 저작물 유통 행위로 구속됐다. 양 회장은 회사 직원의 제보로 자기가 구속됐다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직원을 향한 갑질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지인은 "그런 환경을 극복하고자 하는 욕구가 집요할 정도로 강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검찰은 지난 1월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음란물 불법 유통을 주도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양 회장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앞서 이 사건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강동원)는 지난 1월12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유포 및 방조), 업무상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양 전 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신상정보 공개,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7년 간 취업제한도 명령했다.
양 회장은 음란물 불법유통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위해 헤비업로더, 웹하드업체, 필터링업체, 디지털삭제업체 등 4단계의 담합이 있는 웹하드 카르텔을 구성해 음란물 유포를 조직적으로 조장·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자회사 매각 대금 등 8개 법인의 자금 167억여원을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차명 통장 등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사건과 별개로 양 회장은 2021년 4월 대법원에서 상습폭행 등 혐의에 대해 징역 5년형이 확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