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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위기’에 월가 전문가들 ‘올 스톱’…‘슬로모션’ 위기 우려도
[123rf]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로 금융투자업계가 앞날을 섣불리 전망하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시장 전문가들의 올해 말 S&P500 지수 예상치가 3개월 내내 4050선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2005년 이후 처음이다. 그런가하면 최대 예상치와 최저치 간 격차는 47%에 달해 20년 만에 가장 크다.

블룸버그는 이처럼 추정치가 일련의 사태에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은 경제와 시장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혼란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전망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형편이란 것이다.

개별 종목 분석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 사정도 다르지 않다. S&P500 구성종목의 2023년 연간 주당순이익 추정치는 SVB파산 일주일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SVB사태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 확산으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고강도 긴축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UBS의 크레디트스위스 인수 등 일련의 혼란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마이클 퍼브스 톨베이컨투자자문 설립자는 블룸버그에 “은행 위기가 얼마나 전염성이 있는지 모르고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준과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의 발빠른 조치로 큰 위기는 넘긴 것으로 보이지만 잠재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수석 경제논설위원인 그레그 입은 당장 눈으로 보이는 위기는 가라앉았을지 몰라도 향후 수년 간 천천히 금융시스템을 갉아먹는 ‘슬로모션’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로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영업을 하거나 인수합병되면서 신용 공급이 줄어들면 결과적으로 금융위기와 다를 것이 없는 악영향을 전체 경제에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또 은행들이 부동산 가치 상승에 힘입어 대출손실률이 낮지만 상업용 부동산에 많이 노출된 소형 은행들은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장기간의 제로금리와 양적완화로 풍부해진 유동성을 빨아들인 은행 예금이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위험이 커졌다고 입 위원은 우려했다. 모바일 뱅킹과 소셜미디어(SNS) 확산으로 불안 심리가 퍼지면서 단 하루만에 420억달러가 빠져나간 SVB 사례가 재현될 수 있단 것이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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