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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끈한 의사들 “소아청소년과 순차적 폐과”
“진료비, 30년째 동남아국가의 10% 수준
정부 의료 인프라 붕괴 정책만...희망 없다”

장기화하고 심화하는 저출산으로 위기에 몰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를 선언했다. 동남아국가의 10분의 1수준인 진료비가 30년째 지속되면서 지난 5년간 전국 소청과의 20%가 자진 폐업을 한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와 기재부 등 정부가 소청과 의료인프라를 무너뜨리는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 의사회장은 29일 서울시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하고 싶어도 이 나라에서 아이들을 진료하면서 소청과 전문의로 살수 없는 처지에 내몰려 있다”며 “정부가 아이들을 살리는 대책이 아니라 반하는 대책들만 양산하고 있다면 더 이상 희망은 없다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본지 3월 9일자 단독보도 “차라리 소아청소년과 폐과하겠다” 참조〉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소청과 전문의들은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소아청소년과 간판’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말 기준 전국 소청과 진료가능 병원은 3247개소 뿐이다. 지난 5년간 문 닫은 곳만 전체의 20% 수준인 662곳에 달한다. 소청과는 요양급여비용이 10년간 감소한 유일한 과목으로 2021년 소청과 진료비 규모는 5134억원으로 최하위다. 임 회장은 “지난 10년간 소청과 의사 수입은 28%가 줄었다”며 “유일한 수입원인 진료비는 30년째 동결로 동남아 국가의 10분의1”이라고 말했다. 4년간 어렵게 취득한 전문의를 포기하고 ‘일반의’로 간판을 걸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이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청과를 택할 인턴의사가 없다”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실제 올 상반기 전국 대학병원 38곳은 소청과 레지던트(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소청과 전문의를 하겠다는 이들이 없다 보니 정부 정책도 실효성이 없다. 대표 사례가 현재 34개인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개로 늘리는 등을 담은 대책이다. 운영 중인 34개 병원조차 소청과 전문의를 확보하지 못한 곳이 많다. 그러나 이들 주장대로 정부 정책은 갈수록 소청과 경영을 악화시키고 있다.

당장 지난 6일 질병관리청은 생후 2~6개월 영아에 대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켰다. 이 탓에 동네 소청 백신 수익은 기존의 40%로 줄었다. 성형외과, 피부과와 달리 ‘생명’을 다루는 소청과의 거의 유일한 ‘비급여’가 백신이지만, 정부는 국가예방접종사업 시행비(접종수당)를 14년째 동결하거나 100원 단위로 올렸다. 시행비는 건당 1만9610원으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조차 지난 2017년 최소 2만6923원은 지급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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