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고 4시간이나 서서 직접 대화” 직원들도 혀 내두른 60대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8일 열린 셀트리온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셀트리온 제공]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주주 여러분들의 의문이 풀릴 때까지 질문을 받겠습니다. 오늘 못 다한 얘기는 회사든 저희 집이든 언제든 찾아 오십시오.”

장장 5시간이나 걸린 주주총회였다. 그중에서 약 4시간은 그의 독무대였다. 점심도 거르고 4시간 내내 강단에 선 채로 그 어떤 날 선 질문도 거르지 않았다. 직접 답변하고 사과하며 4시간을 홀로 이끌었다.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의 복귀 무대 풍경이다. 가장 혹독한 무대를 직접 선택한 서 회장이다. 60대란 나이가 무색할 만큼 ‘마라톤 주총’을 이끄는 모습에 직원들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밥 굶고 4시간이나 서서 직접 대화” 직원들도 혀 내두른 60대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8일 열린 셀트리온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셀트리온 제공]

28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셀트리온 제32기 정기 주주총회. 약 700여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평년보다 유난히 많은 주주가 모인 건 바로 이날이 서 회장의 복귀 무대이기 때문이다.

주총 시작에 앞서 서 회장은 사과부터 했다. 셀트리온의 주가 하락을 언급하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죄송하다는 말씀 밖에 드릴게 없다”고 말했다.

이후 주총은 한때 고성이 오가는 분위기도 연출됐다. 이에 서 회장이 또 직접 나섰다. 그는 “우선 주주총회가 원만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조 부탁드린다”며 “이후 질의응답을 통해 밤을 새워서라도 주주분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말했다.

실제 안건 처리가 끝나자 서 회장은 다시 연단에 올랐다. 해당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주총이 시작된 후 약 한 시간 가량 지난 시점. 이후부터 오후 3시까지 4시간 동안 서 회장은 주주들과 질의응답에 나섰다.

그는 중간에 재킷만 벗었을 뿐 계속 선 채로 주주와 대화를 나눴다. 점심 시간이 지났지만, 현장에 있던 주주들과 함께 서 회장도 모두 점심을 거른 채 뜨거운 토론과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 미국 허가 현황,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합병, 외국 제약사 인수합병(M&A)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현재 상황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설명했다.

“밥 굶고 4시간이나 서서 직접 대화” 직원들도 혀 내두른 60대 총수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이 28일 열린 셀트리온그룹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셀트리온 제공]

“주가 비상상황을 선포하라”는 등 주주들의 날 선 질문에도 피하지 않고 일일이 답했다. 계속된 질의응답 때문인지 막판엔 서 회장의 목이 잠기기도 했다.

셀트리온에 5년째 투자하고 있다는 주주 A씨는 “회사 주가가 엉망인 위기 상황에 구원투수를 자처한 서 명예회장의 복귀에 기대감이 크다”며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려 어서 주가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직접 장시간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사과하는 건 상장사 전반에 걸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들다”며 “소통과 현장을 강조하는 서 회장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