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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말 내가 알고 있는 그거 맞아?” ‘똥’ 연구에 꽂힌 바이오 기업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바이오업계가 요즘 다름 아닌 ‘똥’에 꽂혔다. 정확히는 ‘대변 속 미생물’이다.

이 미생물로 각종 치료제를 개발하면 비만, 당뇨, 고혈압부터 뇌질환, 암 등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일컫는 용어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다. 사람 몸속에 존재하는 수십조의 미생물과 그 유전자를 의미한다. 성인 한 명 몸엔 약 38조개의 미생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이런 미생물을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게 바로 대변이다. 사실 대변은 오래전부터 건강 분야에 활용됐다. 1988년 아카데미 작품상 등을 받은 영화 ‘마지막 황제’는 1900년대 초 중국의 신해혁명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에선 왕이 변을 보면 신하가 냄새를 맡아 건강을 확인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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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유전자(DNA)는 의지로 바꿀 수 없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노력에 따라 바꿀 수 있다. 즉 장 내 미생물 정보를 파악해 유익균을 늘리고 유해균을 줄이면 다양한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로 유산균과 같은 건강기능식품 분야에서 쓰였다. 하지만 최근 치료제 영역으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해 미국에서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이 승인되며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대가 열렸다. 지난 11월 미 식품의약국(FDA)은 스위스 페링제약이 개발한 재발성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 재발을 위한 혁신 신약 '리바이오타'를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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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도 발 빠르게 마이크로바이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21년 천랩을 1000억원에 인수, 2022년 출범한 CJ바이오사이언스는 최근 영국 및 아일랜드 소재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4D파마(4D Pharma)’가 보유 중인 신약후보와 플랫폼 기술을 인수했다.

CJ바이오는 이 신약후보를 암 및 소화기·뇌·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앞서 CJ바이오는 지난해 말 FDA로부터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치료제 ‘CJRB-101’의 1·2상 임상시험계획서(IND) 승인을 받았다. 이 물질은 폐암치료제로 개발될 예정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2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기업 리스큐어바이오사이언시스와 파킨슨병 치료제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에는 고바이오랩과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과민대장증후군,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공동 개발에도 나섰다.

이에 앞서 유한양행은 지난 2021년 400억원을 들여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기업 메디오젠 지분 30%를 인수했다.

지난 10여년간 약 6만여건의 논문을 통해 다양한 질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비만, 당뇨병은 물론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아토피, 골다공증, 과민성대장증후군,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컨설팅업체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규모는 2023년 1087억달러(140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분변 검사는 그 사람의 질병을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며 “몸속 미생물 정보를 알게 되면 그에 맞는 처방이 가능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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