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전문가·여성 늘었다지만 77% 그대로…사외이사 ‘거수기’ 벗을까[머니뭐니]
4대 금융지주 본사 전경.[각 사 제공]

[헤럴드경제=서정은·홍승희 기자] 올해 신규 선임된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고작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 중 약 85%가 임기 만료를 맞았지만, 대부분이 재선임됐다. 그나마 일부 지주사에서 여성 사외이사 늘고, 시장 전문가가 선임됐다는 게 손에 꼽을 수 있는 특징일 정도로 큰 변화가 없었다는 얘기다. 지배구조 선진화를 위해 큰 폭의 이사회 물갈이가 기대됐지만, 결과적으로 그에 못 미치는 변화가 나오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사외이사 교체 23%뿐…각 사 특징 뚜렷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수는 3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2명이 감소했다. 지주사별로 보면 신한지주가 11명(중도퇴임 제외)에서 9명으로 줄었고, 우리금융 또한 7명에서 6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하나금융과 KB금융은 각각 8명, 7명을 유지했다.

이 가운데 신규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7명으로 전체의 23%에 그쳤다. 역으로 말하면 대부분이 임기 중이거나, 임기가 끝났어도 재신임을 통해 사외이사 자리를 지켰다는 얘기다.

출처 각 사

사별로 차이도 있었다. 신한지주는 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등 8명을 유임했다. 대신 퇴임한 사외이사 자리를 신규 추천하지 않으면서 인원수가 감소했다. 2021년 사외이사 수를 10명에서 12명으로 늘린 뒤 2년도 안돼 다시 줄인 것이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꼽히는 ISS 또한 신한지주의 사외이사진에 대해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서 실패했다”며 반대 의견을 냈으나, 변동 최소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기존 박상용, 노성태, 장동우 사외이사가 물러나고 윤수영, 지성배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두 사람 각각 ‘정통 증권맨’과 ‘벤처캐피털(VC) 시장 전문가’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토대로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 강화를 도울 수 있는 인물로 추천됐다. 실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전 과점주주 측에 “(뻔한) 교수들 말고, 금융권 현실을 잘 알 수 있는 시장 전문가를 원한다”고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은 여정성, 조화준 사외이사가 신규로 들어오고, 권선주 사외이사가 중임되면서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3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했다. 이에 따라 여성 비율은 28.6%에서 42.8%로 높아져 유럽연합(EU)이 2026년 6월부터 의무화한 여성 사외이사 비율 40%를 일찌감치 넘겼다. 특히 여정성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를 선임해 소비자중심경영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연계하겠다는 구상이다.

하나금융의 경우 권숙교 사외이사가 사퇴하고 원숙연, 이준서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권 사외이사는 과거 우리금융지주에서 IT기획 임원을 맡았던 ICT 전문가지만 하나금융 이사회에서 사퇴한 후 하나카드 사외이사로 추천됐다. 대신 새로 들어온 원숙연, 이준서 사외이사는 각각 행정학·경영학 교수로서 하나금융의 ESG 경영과 투자정책을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거시경제가 녹록지 않은 만큼 사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 탄탄한 금융 정책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거수기 논란 지속될 듯…이복현 “이사회 로드맵 구체화·발표할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연합]

각 금융사의 이사회가 재정비됐지만 구성원 변화가 미미하면서 ‘거수기’ 논란을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권에선 대통령실 및 당국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내부통제 감시·감독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상황이다.

실제 우리금융의 2022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이사회가 내부통제 취약에 대한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해 대표이사에게 징계조치를 요구한 내역은 ‘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횡령 유용 5건에 701억3000만원의 사고를 기록했다. 한 직원이 6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횡령해 적발되기도 했다. 대규모 횡령 사태에도 지주사 이사회의 역할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것이다.

당국은 이와 관련, 상반기 내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를 명문화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밀어붙일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4일 기자들을 만나 “전체 교체된 비율이 4분의 1이 좋냐, 3분의 1이 좋냐 이런 식으로 산술적으로 보는 시각은 신중하게 경계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원칙론에 입각해 사외이사 선출 방식, 운영, 그리고 대표이사 등 경영진에 대한 견제·건전성 관리 방식 등을 보고 4월에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한 바 있다.

lucky@heraldcorp.com
h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