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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들 ‘이 청년’에 빠져, 돈 싸들고 찾아왔다” 30대 성공신화의 비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코이니지 인터뷰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 박영훈 기자] “비트코인 시장의 큰 손, 가상자산 분야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중 하나다” (블룸버그)

“개인투자자 수천 명이 권 대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그는 ‘천재’로 묘사됐다” (AFP)

한때 가상자산(가상화폐) 업계 천재로까지 불렸던 젊은 30대 한국 청년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도피 약 1년 만에 체포됐다. 시가총액 52조원이 일주일 만에 100% 폭락한 테라-루나 사태의 장본인이다.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 전까지만 해도 업계 주요 인물로 주목받았다. 사태 발생 한 달 전인 지난해 4월 블룸버그는 권 대표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비트코인 고래가 됐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때 ‘천재’로까지 불렸던 그는 지난해 5월 발생한 가상화폐 ‘테라-루나’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을 나락에 빠트렸다. 그를 세계적 지명 수배자로 만든 테라-루나 사태는 가상자산 시장에 많은 기록을 남긴 사건이다.

일주일 만에 100% 폭락한 테라와 루나는 말 그대로 ‘휴지 조각’이 됐으며, 시가총액은 52조원이 날라갔다. 현재 피해자만 28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결국 미국 금융당국은 지난 2월 그를 증권거래법상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아울러 권 대표가 이후 비트코인을 대거 빼돌려 현금화한 사실도 발각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그는 비트코인 1만개를 ‘콜드월렛(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은 실물 가상자산 저장소)’에 보관해왔으며, 지난해 5월부터 해당 자금을 스위스 은행에 주기적으로 이체해 현금으로 전환해왔다. 액수가 3000억원대에 달한다.

권도형 모습

1991년생으로 올해 32세인 그는 지난 2010년 한국에서 대원외고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 대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사업에 관심을 보여 대원외고 시절에는 ‘하빈저’라는 특목고 영자신문을 만들었고, 이를 해외 명문대 입시정보 공유 플랫폼으로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스탠퍼드대 졸업 후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엔지니어로 일하다 2015년 한국에서 와이파이 P2P 공유서비스인 애니파이를 창업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가상자산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권 대표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분산 네트워크를 연구하다 암호화폐라는 ‘토끼굴’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8년 신현성 티몬 창업자와 손을 잡고 테라폼랩스를 공동 설립했다.

미국과 한국의 수사 당국은 권씨가 복잡하고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테라·루나 생태계’라는 그럴듯한 가상화폐 구조를 설계하고, 이 시스템이 계속 수익을 창출해내면서 유지될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기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그는 가상화폐 테라의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다른 회사와 짜고 시세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4일(현지시간)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경찰관에게 이끌려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로이터]

권씨의 화려한 언사에 현혹돼 미국의 전문직 종사자들까지 속아 넘어가 전 재산을 날린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AFP는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개인투자자 수천 명이 권 대표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줄을 서고 그는 ‘천재’로 묘사됐지만 전문가들은 그의 암호화폐 ‘테라’에 대해 일찌감치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고 지적해왔다고 전했다.

매사추세츠공대(MIT) 암호화폐경제연구소 설립자 크리스천 카탈리니 교수는 “테라·루나 같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생태계가 성장하는 동안은 작동할 수 있지만 언젠가는 죽음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나쁜 사람들이 암호화폐 기술을 이용해 신용사기를 설계하고 사기와 금융 범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권 대표에 대한 전면 조사를 통해 테라·루나 붕괴 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몬테네그로 경찰은 그를 공문서위조 등 혐의로 구금했고, 미국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 증권 사기’ 혐의로 그를 기소했으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그를 추적해온 한국 검찰은 그의 송환을 요구하고 있다.

몬테네그로 법원이 25일 권도형이 도주할 위험이 있다며 구금 기간을 최장 30일로 연장하자 권도형 측은 이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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