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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준석 소회 “‘천아용인’ 바람 크게 안 불었다…인지도 부족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8 전당대회 당시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들이 지도부 입성에 실패한 일을 놓고 "2021년 내가 치른 전당대회와 달랐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블로그 '고공행진'에서 "지난 전당대회에서의 교훈은 제승방략(制勝方略·조선 전기 함경도 8진의 방어를 위해 쓰인 병서)"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간략히 짚고 넘어가면, 크게는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가면 안 된다는 민심의 바람을 일으켜 완고한 당심을 움직이는 전략"이라며 "언론 노출도를 극한으로 높여 각 후보의 인지도를 상승시키는 게 전술의 영역이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결국 바람은 크게 불지 않았다. 전술적 고리가 무너졌기 때문"이라며 "2021년 전당대회에 비해 언론 지형은 우호적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 시절에 정권교체를 위해 가만히 있으면 정권을 내주고 세무조사 따위 핍박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이 있었을 때, 보수 진영의 주요 언론은 이준석 돌풍을 깊이 있고 광범위하게 보도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천아용인 후보의 목소리는 그들이 정권교체를 통해 재구축한 기성 질서의 아성에 대한 안티테제였다"고 했다.

또 "전당대회가 끝나고 2주 정도 지난 뒤 최근 지지율 하락을 보고 당황한 각 언론사의 사설을 보면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테제에 충실한 지도부가 과연 총선 승리를 만들 수 있을지 뒤늦은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쨌든 선거 기간 천하람 후보에게 부족한 건 인지도였고, 후보 등록 후 컷오프까지 2강 구도밖에 있었기에 천하람의 목소리를 다루지 않아도 된다는 나름의 정당성도 확보했다"며 "평소와 달리 주저리주저리 푸념과 비슷한 남 탓, 환경 탓을 하는 건 결국 항상 역풍도 뚫어낼 수 있는 선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훈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가 19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저서 '이준석의 거부할 수 없는 미래' 독자와의 만남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이 전 대표는 "임진왜란에 앞서 조선은 제승방략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전쟁이 나면 도 단위 병력을 소집해 집결지에 모아 중앙에서 내려온 장수가 이끌고 회전을 벌여 적을 맞아 싸우는 것"이라며 "이일의 패배는 경상도에서 모인 병력을 제때 인수하고 통솔하지 못해서였고, 신립의 충주 탄금대 패배는 충첟도 병사를 모아 정예화된 왜군을 상대로 회전을 벌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21년부터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당대회, 대선을 거치며 젊은 보수가 선거 때마다 주요한 역할로 선거에 영향을 준 방식은 온라인상 단기간에 강하게 집결해 그들만의 밈을 만들어 상대 후보를 압도하는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평소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온라인에는 집결해 정치적 의사표시를 했던 것이다. 이번에도 천아용인은 온라인 제승방략 전략에 가깝게 선거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윤핵관을 위시한 세력은 지역별 세밀한 조직을 가동했다. 천아용인은 상향식 공천을 말했고, 이는 공천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반대로 윤핵관은 자의적 공천을 할 것을 누구나 예상했기에 개혁세력이 윤핵관과 같이 이익을 매개로 한 조직을 구축할 방법은 없다"며 "개혁 세력의 과제는 앞으로의 수많은 선거에서 비슷한 상황을 맞을 것이라는 점이다. 주중 낮에도 오프라인에서 모일 수 있고,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시간을 할애해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경쟁"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에 반해 온라인 당원 가입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모인 개혁 성향의 당원과 지지층은 평소에는 농사를 짓다가 전쟁이 나면 소집되는 병사처럼 평소에는 생업에 몰두할 수밖에 없는 체계"라며 "그렇다면 빠른 정보 전달과 집결이 전술돼야 한다. 정치에 관심 많은 개혁 성향의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주기적으로 당 정보를 전달하고, 선거가 치러질 시기에 효율적 방법으로 공약 등을 전달할 경로가 있어야 이들은 선거에 적극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윤핵관이나 지금껏 정치권이 한 것처럼 소위 조직을 꾸리는 건 우리가 할 수 있는, 해야 할 선택지가 아니다. 말은 쉽게 하지만 돈과 구태가 깃들어야 할 수 있는 조직"이라며 "(우리에게는)여러 개의 집결지가 필요하고, 그 집결지를 만드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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