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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공개한 ‘중국 반도체 투자 조건’에…“일단 한숨 돌려” vs. “수출 통제 변함없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 [삼성전자 제공]
칩스 포 아메리카 로고 [NIST]

[헤럴드경제=김민지·김지헌 기자] 미국의 반도체 가드레일(안전장치) 세부 조항 발표와 관련해 장기적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된다. 대중 수출 통제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어 대(對) 중국 투자와 생산 물량이 막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향후 반도체 제조를 위해 필요한 생산 비용 등에 대한 추가 우려 역시 제기되는 상황이다.

“최악 면했다”vs.“대중 수출 통제 틀 변함없어”

미국 상무부는 이번 가드레일 세부 조항에서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에 대한 기준을 제시했다. 생산능력이란,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월별 웨이퍼 수를 의미한다. 국내 기업들이 기술 수준을 높여 투입되는 웨이퍼는 줄이되, 생산량은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이 가능한 셈이다.

또 범용 반도체 기준으로 ▷로직 반도체는 28㎚(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D램은 18나노미터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정의했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할 경우 새로운 시설의 건설, 새 반도체 제조 능력추가 등을 통해 5% 이상 생산능력을 늘리지 못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중국에서 미국이 규정한 범용 반도체보다 높은 수준의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을 경우 일반적으로 5%의 생산능력 확장 제한 조치를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1년 백악관에서 반도체·자동차·IT 기업 경영진을 초청해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도중 손에 반도체 핵심 소재인 웨이퍼를 들고 발언하고 있는 모습 [워싱턴 AP]

반도체 업계는 미국 정부의 가드레일 세부조항에 대해 일단 대안 마련이 가능하다고 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였는데, 그건 아니니 최악은 면하게 된 셈”이라며 “생산량이 아닌 생산능력을 제한해 중국에서도 어느 정도 기술적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뒀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의 틀은 바뀌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팀장은 “이번 세부조항 역시 앞서 미국이 발표한 반도체 장비 수출 조항과 연계돼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며 “유예기간이 끝나면 어차피 장비를 수출할 수 없기 때문에 의미가 없는 조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조금 수령 기업의 중국 투자 제한이라는 원론적인 방향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삼성과 SK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력은 같다”고 강조했다.

삼성·SK하이닉스, 중국 내 생산량 제한 우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진행 중인 중국 내 공장 투자와 생산 규모가 막대하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시안에 낸드 플래시 공장 2개를 두고 있다. 시안 1공장은 2012년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를 투자해 2014년 5월에 완공된 후, 약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를 추가 투자해 반도체 후공정(테스트·패키징) 라인을 완성했다. 삼성전자 시안2공장은 2017년 70억달러 투자 및 건설에 착수해 2020년 3월에 양산을 시작했고, 2019년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를 추가 투입해 규모를 확장했다.

삼성전자 시안1·2공장은 삼성전자 낸드 플래시 물량의 40%를 생산한다. 2022년 4분기 삼성이 낸드 플래시 세계 시장점유율(트렌드포스 기준)이 33.8%를 차지한 것을 고려하면 세계 낸드 플래시 메모리의 약 13%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중국 우시 공장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는 우시에 2개의 D램 메모리 생산라인을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 우시 1라인(C2)은 2004년 착공해 2006년부터 D램 양산에 들어갔다. SK하이닉스 우시 2라인(C2F)은 2017년 6월 차입 35억달러(약 4조원)와 SK하이닉스 투자 8억4000만달러(약 1조원)를 투입해 2019년 4월 완성했다.

SK하이닉스 우시 1·2라인에서 생산한 제품은 SK하이닉스 D램 물량의 48%를 차지한다.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수령하더라도 향후 10년간 중국에서의 칩 생산을 늘릴 수는 있지만, 웨이퍼 수 확장 제한에 따른 생산 라인 조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될 수 있단 평가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시장에서 약 73%, 세계 낸드 시장에서 약 51%의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생산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중국 시장에서의 칩 생산 제한이 자칫하면 시장 지배력 확대를 저지할 가능성도 크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일단 제조 수준을 지켜보면서 중국 생산 제약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경우 한국 등으로 생산을 유연하게 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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