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SK 디렉터스 서밋(Directors’ Summit) 2022’에서 강연하는 모습 [SK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한영대 기자] SK그룹의 각 상장사들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여성 및 전문경영인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신규 선임하고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대폭 강화한다. 또한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도 한층 높아진다.

그동안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해 온 ‘거버넌스 스토리(Governance Story)’를 바탕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 및 지배구조 고도화 전략이 한단계 진화됐다는 평가다.

21일 SK그룹에 따르면 그룹의 12개 주요 상장사들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총 12명의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했으며, 이달 말까지 주총에서 이들을 신규 선임할 계획이다. 12명 사외이사 후보 중에 7명이 여성이고, CEO(최고경영자)급 전문경영인 출신 역시 7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올해 SK그룹 12개 상장사 이사회의 여성이사는 총 19명에 달하고, 여성이사 비율이 지난해 대비 7%포인트 높아진 21%가 될 전망이다. 전·현직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도 모두 14명으로 늘어나면서 전체 사외이사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지난해 15%에서 25%로 10%포인트 높아진다.

그동안 국내 주요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해 여성이사 비율이 낮고, 특히 기업인 출신 사외이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선임과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SK가 거버넌스 스토리를 적극 추진한 결과 이사회 중심 경영 및 지배구조 고도화 관련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그룹 주요 사외이사 후보들. 왼쪽부터 김정인 SKC 사외이사 후보, 김주연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후보, 박현주 SK㈜ 사외이사 후보, 정덕균 SK하이닉스 사외이사 후보, 오혜연 SKT 사외이사 후보. (가나다순) [각 사 및 서울대 제공]

SK㈜는 인수·합병(M&A) 전문가인 박현주 법무법인 세종 선임 외국변호사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고, SK이노베이션은 김주연 전 P&G 한국·일본지역 부회장과 이복희 롬엔드하스전자재료씨엠피코리아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SK텔레콤의 경우 오혜연 KAIST AI(인공지능) 연구원장, SK하이닉스는 김정원 전 한국 씨티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부행장, SK네트웍스가 채수일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아시아태평양 금융부문 총괄대표, SKC가 채은미 전 페덱스코리아 사장과 김정인 하이퍼라운지 대표를 사외이사 후보로 각각 추천했다.

12개 상장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도 확대된다. 올해 사외이사는 총 56명으로 사외이사 비중이 지난해 60%에서 63%로 높아진다. 반면 사내이사는 22명으로 지난해 25%에서 22%로 축소된다. 또한 이 과정에서 SK 관계사 각 이사회는 2021년부터 CEO 평가와 보상까지 도맡는 등 역할과 책임이 막중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SK그룹은 지난 2021년 최 회장이 경영화두로 제시한 거버넌스 스토리를 적극 추진해왔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최 회장은 “지배구조 투명성을 시장에 증명해 장기적인 신뢰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지난 1월 신임 임원과의 대화에서도 “임원은 조직의 다양성을 대표하는 역할도 맡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사회 중심 경영지원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대함으로써 각 관계사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와 견제 기능을 넘어 기업가치 창출을 주도하는 실질적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되도록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