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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UBS, CS 인수 후폭풍...본드런 공포 확산
코코본드 23조원 ‘휴지조각’으로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초고속으로 인수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꺼졌다. 하지만 160억스위스프랑(약 22조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AT1)을 모두 상각처리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유럽 채권시장의 불안 증폭은 물론이고, 투자 위험이 큰 주식은 가치를 인정받고 오히려 채권은 휴지 조각이 되면서 기존 금융질서를 뒤엎은 것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본드런(연쇄적 채권매도)’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관련기사 3면

20일(현지시간) 로이터,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도이체방크, HSBC, BNP파리바 등 주요 은행들의 AT1 가격은 6~11센트 하락했다. 2024년 1월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UBS의 AT1 수익률은 12%에서 이날 27%로 껑충 뛰었다. 그만큼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UBS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63베이시스포인트(bp) 증가해 180bp에 달했다. 이는 10년래 최고 수준이다.

아르비온투자그룹의 마크로 팹스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로이터에 “AT1은 훨씬 더 문제가 많은 자산 등급이 됐다”며 “현재 중대한 신뢰 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용분석업체 사리아의 울프강 펠릭스 연구원 역시 “겁에 질리고 화가 난 투자자들은 AT1을 발행한 유럽의 다른 대형 은행들로 달려가고 있다”며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AT1은 일종의 코코본드(우발전환사채)로, 금융회사에 건전성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 동의 없이 상각하거나 보통주로 전환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 규모를 높이기 위한 규제개혁 일환으로 도입됐다.

원금을 잃거나 투자금이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아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은행도 자본 완충 기능을 할 수 있어 AT1을 발행해왔다. 현재 AT1시장 규모는 약 2750억달러(약 359조원)에 달한다.

스위스 시즈은행의 찰스헨리 몬차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에 “(이번 상각으로) AT1의 실질가치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고 글로벌 신용에 파급효과를 미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인수로 AT1 투자자들은 빈털터리가 된 반면 주주들은 구제를 받게 된 것을 두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계약에서 CS의 모든 주주는 22.48주당 UBS 1주를 받게 된다. 규모는 작지만 어쨌든 CS 주주들은 보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AT1 위험성이 계약 당시 투자자들에게 명확하게 고지됐다고 해도 (이번 조치는) 채권자가 주주보다 우선한다는 일반적인 규칙을 벗어난 것”이라며 이번 CS 붕괴로 인한 ‘추악한 진실’ 중 하나라고 비판했다. 미 로펌 퀸 에마누엘은 AT1 채권 투자자 구제방안을 돕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AT1 상각 사태가 글로벌 채권 시장 전체에 충격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자본증권 같은 위험 채권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는 대신 재무 건전도가 높은 회사채에 투자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21일 보고서에서 “코코본드, 하이일드, 레버리지론 등 위험군 자산에 대한 투자 위축이 예상된다”면서 “가장 직접적인 타격은 당연히 유럽 AT1시장에서 나타날 것이지만 전 세계 AT1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면서 “이렇게 한 번 이슈가 불거진 이상 향후 신종자본증권의 고유 리스크(상각 가능 조건)에 대한 충분한 비용이 요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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