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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 이유로 배당은 줄이더니”…증권사 이사진 연봉 오히려 올랐다[투자360]
여의도 증권가 [연합]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증권사들이 줄줄이 배당을 줄인 반면, 이사진 보수는 크게 늘리면서 사실상 주주들만 실적 저하에 따른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경영진 견제·감시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는 모든 안건에 찬성해 여전히 ‘거수기’에 머물렀다.

21일 사업보고서 및 주주총회소집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이 감소한 증권사는 모두 주당배당금을 줄였지만 이사진 보수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의 영업이익이 평균 55.3% 감소하면서 주당 배당금 역시 30.1% 줄었다. 반면, 실적 저하 속에서도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보수는 76.8%, 사외이사 보수는 3.4% 올랐다.

대신증권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1.3% 감소해 하락 폭이 가장 컸지만, 사외이사 보수는 30.2% 상승해 가장 많이 늘었다. 경영진의 보수 등을 합한 임원 보수도 30% 올랐다. 반면, 주당배당금은 14.3%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사외이사 2명 중 1명이 2021 사업연도에 선임돼 해당 연도 급여가 적게 기재됐다”며 “2021년 급여를 전부 받은 1명에 대한 것만 계산 시 7450만원에서 8200만원으로 사외이사의 인당 보수는 10.1% 증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역시 영업이익 하락에도 이사진의 보수는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43.8% 줄었다. 반면, 사외이사와 이를 제외한 임원진의 보수는 각각 10.3%, 14.9% 올랐다. 삼성증권도 영업이익은 55.8% 하락했으나 사외이사와 이를 제외한 임원진 보수는 각각 2.2%, 6.3% 늘었다. 특히, 삼성증권은 사외이사 인당 9500만원으로 분석 대상 중 가장 높았다.

NH투자증권은 사외이사 보수를 27.7% 낮췄지만, 이외 임원진 연봉이 3배 이상 올랐다. 정영채 대표이사의 지난해 보수총액은 24억7500만원으로 전년 5억1200만원 대비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은 영업이익이 15.1% 늘었지만, 사외이사 보수를 29.2% 올렸다. 그러나 사외이사를 제외한 임원진 월급은 15.7% 감소했다.

증권사는 이연성과급제로 임원진의 보수가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이연성과급제란 성과에 따른 보수를 몇 년에 걸쳐 나눠 받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셋증권은 “대부분의 직원과 달리 임원진은 이연성과급제를 적용하고 있어 과거 실적이 좋았던 해의 성과급을 나눠서 지급받고 있다”며 “직원은 당해 년도 영업이익에 비례해 성과급이 산정돼 실적이 좋지 않은 해는 즉각 보수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감사위원을 포함한 사외이사의 총보수총액은 지난해와 동일하다”며 “임원진 보수의 경우 퇴직금이 포함돼있어 상승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사진에서 결정한 주당배당금은 평균 19.3% 감소했다. 영업이익 증가로 배당액수를 35%를 늘린 메리츠증권을 제외하면 하락 폭은 더욱 커졌다. 삼성증권은 3800원에서 1700원으로 가장 크게 줄였다. 미래에셋과 NH투자증권은 각각 300원→200원, 1050원→700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대비 주당 배당액 감소 폭은 적었고, 배당성향은 늘어났다.

한편, 사외이사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는 거수기 전락 현상은 여전했다. 6개 증권사 모두 지난해 이사회에서 ‘반대’가 나온 것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경영진 감시라는 본연의 의무는 다하지 않으면서 연봉만 늘어난 셈이다.

eyr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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