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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킨·참치·새우교자도 ‘비건’ 가격은 2~3배 아직은 비싸
150개사 참가 채식축제 체험기
“제품 입점가게 드물어” 고충도
17일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린 제7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비건 전문전시회) 행사장. 시민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김희량 기자

“20년 동안 채식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먹을 수 있는 게 제한적이라서요. 새로운 먹을 거리 없는지 보러 왔어요.”

17일 오전 제7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비건 전문전시회)가 열린 서울 강남구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 앞. 오픈 30분 전인 데도 대기줄이 100m를 넘으며 비건에 대한 관심을 실감할 수 있었다. 채식에 관심 있는 사람은 물론 채식주의자, 건강상 이유로 채식이 필요한 사람 등이 캐리어와 장바구니를 끌고 와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1관에 마련된 프리미엄 식품관에서는 대체육, 대체우유, 대체수산물, 대체디저트류(젤리·마시멜로) 등 각종 비건 제품들이 브랜드별로 마련돼 있었다. 실제로 외관상으로는 일반 제품과 구분이 어려운 참치, 치킨, 새우교자, 함박스테이크 등을 맛보는 줄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일부 소비자는 직접 가져 온 다회용기를 통해 시식하거나 제품을 구입했다.

이번 전시회는 150개사 800여 개의 브랜드가 참가,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지난해 4분기 이후 출시된 신제품 50여 개 브랜드도 소비자를 만난다. 비건 전문 쇼핑몰, 식용오일 수입사, 국내 대형식품기업은 물론 해외 비건식품업체에서도 시장 조사를 위해 참가했다.

쌀, 완두 등으로 원재료를 확대한 대체우유와, 비건 냉동간편식·소스류도 다수가 전시됐다. 고기와 수산물 원물을 뺀 필렛으로 만든 고추장찌개, 들깨미역국, 고추장 불고기맛 콩고기 등 맛과 모양이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CJ제일제당, 오뚜기 등 국내 대형 식품회사도 자체 사내벤처팀이 개발한 비건 제품과 함께 전시회에 참여했다. 오뚜기에서는 대두단백, 카놀라유 등으로 참치 맛을 구현한 대체참치인 ‘언튜나’ 통조림 제품을 홍보했다. 식물성 우유 얼티브의 김가영 마케팅 담당은 “자연 현미와 완두를 블렌딩하고 알룰로스와 스테비아가 들어가 단맛은 나지만 당류는 0인 우유”라고 소개했다. 얼티브는 우유가 없는 비건커피 에스프레소, 디카페인 비건커피 등도 선보였다.

건강상 이유뿐만 아니라 동물복지와 환경을 생각해 비건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소비자도 많았다. 금요일인 이날 오전에도 비건 페스타에 참석한 직장인 박지인 씨는 “동물권리 보호 측면에서 최대한 고기 덩어리 섭취를 지양하고 유제품도 귀리우유를 먹고 있다”면서 “일상 속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할 수 있는 브랜드와 제품을 보러 왔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론칭한 ‘심영순 비건 볶음김치’의 경우 통조림 형태로 보관이나 휴대에도 편하게 만들어졌다. 비건 볶음김치에는 젓갈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외에도 식물성 새우로 만든 교자, 버섯으로 식감을 잡는 스테이크, 동물성 젤라틴 대신 펙틴으로 만든 젤리, 카사바 시럽을 활용한 마시멜로 등 주식부터 디저트까지 다양한 비건 식품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다만 비건 제품의 가격을 보고 높은 문턱을 느끼는 소비자도 있었다. 이날 전시회에서는 10~40%가량 할인된 가격으로 제품이 판매되지만 실제 비건 제품은 일반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우세했다. 실제로 해초를 활용해 만든 한 비건 굴소스의 경우 320g 1만3000원으로, 비슷한 시중 굴소스 대비 3배 가량 비쌌다. 기자가 구입한 쌀 식빵도 개당 1만원으로 시중(4000~5000원)에 비해 2배 가량이나 됐다.

한국에 거주하는 벨기에 국적의 마이커 씨는 “제품이 입점한 가게를 찾기가 어렵고 가격이 비싸다는 게 제일 큰 어려움”이라며 “수요가 적으니 가격이 높겠지만 가격이 낮으면 수요가 많아질 거라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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