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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적자 예상치, 한 달 만에 2배…‘실적 시즌’ 앞두고 주주들 ‘노심초사’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반도체 실적의 회복을 위해선 공포스러운 깊은 적자의 골짜기를 건너야만 한다.”(유진투자증권)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1·3위이자 ‘K-반도체’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적자 전망폭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재고 문제로 인한 반도체 불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탓에,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양사 연간 적자폭이 각각 8조·11조원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300조원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 발표와 국회의 ‘K-칩스법’ 통과, 일본의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부문 수출 제한 해제 등 잇따른 호재로 반등이 예상됐던 반도체주(株) 주가는 ‘실적 리스크’에 가로막혀 상승세에 큰 제약이 발생한 모양새다.

연간 영업손실 예상치, 삼성전자 -8조원·SK하이닉스 -11조원 상회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최근 한 달 사이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예상 적자폭을 크게 늘려잡는 모양새다. 15년 만에 적자전환이 유력한 삼성전자 DS 부문이 올 1분기에만 영업손실액 4조원을 넘기고, 연간으론 8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다는 것이다.

KB증권은 최근 한 달 사이 삼성전자 DS 부문의 연간 적자 추정치를 4조5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려잡았다. 올 1분기 예상 영업손실 규모도 당초 2조8000억원에서 4조원으로 늘렸다.

대신증권도 연간 적자가 8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봤고, 유진투자증권도 7조원이 넘는 손실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에서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작년 말 기준 반도체 재고가 29조원을 넘을 정도로 과도하다”며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전대미문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하이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2조6440억원, 연간 6조3220억원 규모로 삼성전자의 영업손실 규모를 다른 증권사에 비해 낮게 전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평균 원/달러 환율이 예상을 웃돈 것은 긍정적 요소”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모두 올 1분기 SK하이닉스의 적자 규모가 4조2000억원을 넘기고, 연간 적자는 1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달 전 1분기 영업손실 2조원대, 연간 적자 7조원대 전망과 비교하면 대폭 상승한 수치다.

재고 소진 따른 ‘판매 절벽’에 감가폭 ↑…2Q 마진 하락 가능성도

증권사들이 잇따라 적자 전망이 더 악화될 것이라 본 이유는 재고 소진에 따른 ‘판매 절벽’으로 올해 1분기 메모리 출하량과 가격이 모두 예상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1분기 초 D램 가격 협상이 전분기 대비 -20% 정도로 시작했는데, 최근 두 달간 제품이 거의 팔리지 않아 감가폭이 -25~30%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고,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D램·낸드 가격은 각각 24%·16%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근 9개월간 D램·낸드 가격은 각각 76%·68% 하락세가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실적 전망에 더해 미국 등 해외 증시에 비해서 국내 증시의 최근 투자 심리가 상대적으로 더 가라앉은 상황이란 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엔 악재로 작용했다.

헤럴드경제가 글로벌 파운드리·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상위 총 13개 업체에 대한 올해 주가 등락률을 비교·분석한 결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하위권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상승률은 각각 10.96%, 10.45%로 11,12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연초 전 세계를 휩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Chat)GPT’ 열풍의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79.71%)와 AMD(52.83%)가 각각 1·2위를 차지한 가운데, 이들 업체에 AI용 고성능·고효율 D램 ‘고대역폭 메모리(HBM) 3’을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큰 수혜를 입지 못한 점은 뼈아팠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3월 들어 확대된 외국인 투자 자금의 유출과 2차전지·로봇 관련주에 대한 유동성 쏠림 현상 등이 국내 반도체 주가 상승엔 제약 사항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마진 하락 가능성이 높은 2분기 실적도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점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엔 악재다.

“호재는 일시적 효과뿐…감산 따른 3Q 적자 감소부터 기대”

메모리 제조사들이 공급을 대폭 줄이고 있는 데다, 고객사들의 1분기 강도 높은 재고 조정으로 2분기부터는 수급이 다소 개선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감산을 선언한 만큼 올 상반기까지 웨이퍼(반도체 기판) 투입량을 20~30%가량 줄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역시 공식적으로 감산을 선언하진 않았지만 생산라인 최적화(장비 재배치) 등을 통해 생산량을 조절, 올해 D램 공급량의 8~10%를 줄일 것으로 예측 중이다.

김 센터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적자는 상반기에 확대된 후 3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하고, SK하이닉스의 영업적자는 1분기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감산 폭이 적은 만큼 공급 조절의 가장 큰 수혜주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위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언제든 중장기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투자와 감산 규모 결정이 가능하다”며 “이번 반도체 경기 하락세를 통해 D램·낸드 부문에서 기술 우위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각종 호재를 바탕으로 극적인 반등세를 보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도 힘이 실린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해제 소식에 각각 2.34%, 6.33% 오른 바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주도 반도체 투자 소식과 반도체 관련 지원 법안 통과 등 호재의 영향은 일시적”이라며 “구체적인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선 주가 상승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도연 SK증권 연구원은 “고정비 증가와 역대급 재고 때문에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전략적 의사 결정은 과거보다 더 어려워지고 중요해졌다”면서 “올해는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낮기 때문에 역으로 2024년엔 수요만 정상화돼도 호황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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