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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브스의 저주? “알고 보니 살생부” 표지 장식 ‘스타 CEO’들의 추락
(왼쪽부터) 미 경제주간지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엘리자베스 홈즈 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전 CEO와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인스타그램 @ianbremmer 갈무리]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이것은 죽음의 키스(the kiss of death)다”

포브스의 저주인걸까. 이안 브레머 글로벌 정치 연구 및 컨설팅 기업인 유라시아 그룹의 회장이 최근 인스타그램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진의 정체는 세계적 경제 주간지인 포브스의 표지다. 자신의 주인공은 엘리자베스 홈즈 미 바이오벤처 테라노스 전 CEO, 샘 뱅크먼-프리드 FTX 설립자, 애덤 뉴먼 전 위워크 CEO, 그리고 실리콘밸리은행(SVB)이다.

포브스가 주목한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한때 주목받았던 업계의 스타였지만, 지금은 더이상 업계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사기, 파산, 경영위기 등 불명예로 점철된 표지 주인공들의 소름끼치는 ‘평행이론’에 대해 브레머 회장은 파멸의 신호를 뜻하는 ‘죽음의 키스’라고 표현했다.

실제 브레머 회장의 게시글처럼 포브스 표지를 장식했던 이들 CEO들은 ‘마치 예상이나 한듯’ 모두 최악의 결말과 함께 업계에서 사라졌다.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전성기’ 못지않게 이들의 퇴진 과정이 거센 파장을 일으키며 미 경제를 넘어 전세계 경제까지도 혼란을 빠트렸다는 점도 비슷하다.

[인스타그램 @ianbremmer 갈무리]

가장 먼저 등장한 홈스는 한때 실리콘밸리의 스타였고, 동시에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사기극을 벌인 장본인이다. 19살의 나이로 메디컬 스타트업 기업인 테라노스를 창업했고, 손가락 끝에서 채취한 혈액 몇 방울만으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기를 개발했다고 주장해 주목을 받았다. 언론 인터뷰에 검정색 목폴라를 입고 등장해 ‘여자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획기적 기술을 가진 여성 스타 CEO가 당시 끌어들인 투자금은 1조원 이상. 기업가치 역시 한때 90억달러까지 치솟았지만 결국 기술이 허구로 드러나며 몰락했다. 홈스는 지난 1월 미 캘리포니아주 산호세 지방법원에서 투자자를 속여 사기를 친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다.

두 번째 표지 속 주인공인 뱅크먼-프리드 역시 각종 사기와 돈세탁 혐의 등으로 사법기관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19년 암호화폐 거래소인 FTX를 창업한 뱅크먼-프리드는 야심만만한 젊은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한때 FTX의 기업가치는 44조원을 기록하며 글로벌 5위권 이내 거래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 5월 테라-루나 사태 당시 자금난에 처한 가상화폐 업체에 구제금융을 제공해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이를 계기로 암호화폐 업계는 그에게 세계적 금융회사 창업자인 존 피어몬트 모건을 빗대 ‘코인계의 JP모건’이라는 별칭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2017년 미 뉴욕 맨해튼에서 열린 테크크런치 디스럽트에서 청중들을 상대로 강연을 하고 있는 애덤 뉴먼 위워크 전 CEO. 지난 2019년 위워크의 상장 무산 이후 불명예 퇴진했다. [로이터]

FTX는 지난해 11월 유동성 위기에 결국 파산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뱅크먼-프리드가 고객 자금을 빼돌리거나 투자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났고 결국 12월 바하마에서 전격체포됐다. 현재 그는 12개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상태로, 모든 혐의가 유죄로 판결날 경우 최대 형량은 155년이 될 전망이다.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세 번째 인물은 위워크 공동창업자인 애덤 뉴먼이다. 2010년 사무실 공유라는 획기적 실험으로 출발한 위워크는 공유 돌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전세계에 수 백개의 오피스를 운영하는 등 외연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지만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불투명한 기업가치의 위험성이 알려지며 결국 2019년 위워크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됐다. 당시 뉴먼은 경영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되며 불명예 퇴진했다.

마지막 사진의 주인공은 최근 미국의 금융시스템 혼란의 불씨가 됐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다. SVB는 포브스 선정 미 베스트 은행에 5년 연속이나 선정됐지만 유동성 위기로 파산했다. SVB가 촉발한 금융 불안이 확산하면서 미 중소 은행들의 주가가 폭락했고, 결국 미 금융당국은 ‘예금 전액 보호’라는 특단의 카드를 꺼내들며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방어에 나섰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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