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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닮았나요?” 서울시 ‘서울링’ 표절시비…2000년 ‘천년의문’ 재조명
23년전 ‘천년의문’ 프로젝트(왼쪽).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한다고 밝힌 대관람차 ‘서울링’ 조감도(우측). [‘우연히프로젝트’ 건축사사무소 오퍼스 우대성 대표 홈페이지] [서울시]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서울시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낙점한 한강변 대관람차 '서울링' 건립계획이 20여년 전 무산된 ‘천년의 문’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건축계에서 나왔다.

천년의 문은 지난 2000년 새천년을 기념하는 국가 상징 건축물을 뽑는 설계공모전에서 당선된 안(案)이다. 경희대 이은석 교수와 건축사사무소 오퍼스(대표 우대성)가 출품했다. 당시 실시설계(실제로 건축물을 짓기 위한 상세 설계) 단계까지 진행했다가 당시 500억원이 넘는 거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산된 프로젝트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중구 시청 브리핑실에서 '그레이트 한강(한강르네상스 2.0 프로젝트)' 기자설명회에 참석해 대관람차 '서울링(Seoul Ring)'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

건축가 단체인 새건축사협의회(새건협)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개념과 형태, 명칭, 심지어 건립 위치까지 비슷한데도 서울시 발표에는 천년의 문 디자인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면서 "이는 명백히 저작권을 무시하는 부도덕한 행위이며 이대로 건립되면 표절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한다고 밝힌 대관람차 ‘서울링’ 조감도. [서울시]

새건협이 표절 의혹을 제기한 서울링과 천년의 문은 얼마나 비슷할까. 서울시가 언론에 공개한 예시안(가안)은 '바큇살이 없는'(spokeless) 원형 고리 형태가 천년의 문과 유사하다. 규모는 서울링이 지름 180m로 천년의 문(200m)보다 다소 작다. ‘서울링’이라는 이름이 천년의 문의 별칭으로 당시 언론 보도에 등장하기도 했다. 원형 건축물을 따라 곤돌라를 운행하고 빈 공간을 퍼포먼스 배경으로 활용한다는 구상등이 비슷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천년의 문을 모방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천년의 문 건립이 무산된 뒤 지난 20여 년간 ‘원형 고리’ 형태의 대형 상징물이 다수 건립됐고, 법률 자문을 거쳐 저작권 문제도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시가 검토한 국내외 사례에는 천년의 문 외에도 일본 도쿄와 중국 푸순 등지의 관람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존 원형고리형 관람차는 모두 2000년대 들어 건립됐다. 세계 최초 타이틀은 미쓰비시 중공업이 2003년 완공한 도쿄 돔시티의 랜드마크인 일본 도쿄의 'Big O'가 가져갔다. 지름 60m 규모에 총 40개의 곤돌라를 장착했다. 두 번째 고리형 관람차는 2017년 중국 산둥성에 건조된 '발해의 눈'이다. 직경 125m, 전체 높이 145m로 영국 런던아이 관람차보다 약 10m 더 높다.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 조성한다고 밝힌 대관람차 ‘서울링’ 조감도. [서울시]

시는 해명 자료를 통해 “서울링 디자인은 구체적 설계안 도출을 위한 방향성 제시 차원의 예시도이고, 대관람차의 기본 형태는 원형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이라며 “표절 혐의가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서울링 디자인은 다양한 사례를 비교 참조해 예시도 형태로 제시한 것으로 실제 구현될 디자인은 민간 제안을 받아봐야 확정된다”며 언론에 공개된 디자인은 언제든 수정 가능한 가안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새건협은 "그다지 새롭지 않은 디자인으로 서울의 정체성을 희미하게 만드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며 "서울시는 조급하게 결정하고 빠른 속도로 시행하는 지난 시대 악습을 버리고 충분한 검토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서울만의 독창적 상징물을 만들기 바란다"고 비판했다.

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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