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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진, 美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애호가 아니라도 소구하는 좋은 음악”
美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
지난주 2위로 데뷔한 이후 점프
조성진 [유니버설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이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클래식 차트 1위에 올랐다. 최근 발매한 ‘헨델 프로젝트’(The Handel Project)를 통해서다. 한국인 클래식 음악가로는 역대 세 번째 1위다.

16일 빌보드가 공개한 최신 차트에 따르면 조성진이 지난달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헨델 프로젝트’가 ‘트래디셔널 클래식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미국 빌보드의 앨범 차트는 보통 미국 전역에서의 ▷ 전통적인 앨범 판매량(traditional album sales) ▷ 디지털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Track equivalent albums·TEA) ▷ 스트리밍 횟수를 앨범 판매량으로 환산한 수치(Streaming equivalent albums·SEA) 등 세 가지를 앨범 판매량의 기준으로 삼아 차트를 매긴다.

조성진의 신보는 지난달 3일 발매, 지난주 2위로 데뷔한 이후 한 주 만에 정상에 올랐다.

이번 신보는 조성진의 첫 바로크 음반이다. 고전을 다뤄온 전작들과 달리 처음으로 바로크 시대를 담아냈다는 점, 바로크 시대를 다루며 바흐가 아닌 헨델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조성진의 음악 여정의 새로운 이정표로 세워졌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4일 독일 베를린에서 '헨델 프로젝트' 음반 발매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조성진은 지난달 초 앨범 발매를 기념해 가진 국내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직감적으로 바로크 음악을 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헨델은 가슴에서 나오는 음악 같다는 느낌이 들어 많이 와닿았다”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태어나서 가장 많이 연습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앨범 공개 이후 평론가들의 평가도 좋았다. 전문가들은 “조성진이 이전 앨범을 뛰어넘는 명반”이자, “조성진의 강점을 잘 살린 음반”이라며 호평했다. ‘헨델 프로젝트’엔 1720년 런던에서 처음 출판된 헨델의 하프시코드(피아노 전신) 모음곡 2권 중에서 조성진이 가장 아끼는 세 곡이 수록됐다. 하프시코드 모음곡에 이어 브람스의 ‘헨델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를 배치했다. 조성진이 ‘가장 완벽한 변주곡’이라고 생각하는 곡이다.

음반에선 현대 피아노를 하프시코드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서스테인 페달(피아노 음을 지속시키는 페달)의 사용을 절제하며 강약을 제시했다. 허명현 음악 평론가는 이 음반에 대해 “조성진의 강점인 성부를 컨트롤하는 능력이 잘 살아났다”며 “헨델의 곡에는 여러 개의 성부가 나오는데, 조성진은 각각의 성부마다 서로 다른 색으로 채색했다. 각자의 색을 입은 성부들이 끼어 들어와도 기존의 성부들은 톤을 잃지 않으면서 어우러진다”고 분석했다.

이번 신보가 빌보드 1위에 오른 데에는 조성진의 스타성은 물론 뛰어난 연주와 탁월한 해석을 바탕으로 한 음악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실 헨델은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도 즐겨 듣는 선택지는 아니었다. 그러나 국내에선 일찌감치 인기 조짐이 감지됐다. 클래식 음악계에 따르면 조성진은 지난해 성남아트센터에서 헨델 연주로 불씨를 지폈고, 음반 발매 ‘스포일러’가 전해지며 ‘헨델 스터디’가 시작됐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의 우승자로 이름을 올린 이후 조성진이 발매하는 음반의 작곡가들은 붐을 일었다. 쇼팽 콩쿠르 직후 발매한 음반은 국내에서만 무려 10만 장이 팔려나갔고, 2년 전 베르크 소나타 음반을 발매하자 어김없이 ‘베르크 붐’이 일었다.

류태형 평론가는 “‘헨델 프로젝트’는 조성진이라는 피아니스트를 알지 못할 지라도, 바로크 연주에 있어 주목해야 할 해석이 나왔다”며 “빌보드의 클래시컬 차트는 정통 클래식부터 크로스오버 장르까지 아우르기에 아무리 좋은 연주의 음반이라도 대중성을 가지지 않으면 1위에 오르기는 힘들다. (조성진의 앨범은) 클래식 마니아가 아니라도 소구할 수 있는 좋은 음악,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기에 가능한 성취다”라고 봤다.

그간 빌보드 클래식 주간차트 1위에 오른 한국인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임현정과 선우예권, 이루마 등이 있다. 임현정은 2012년 데뷔 앨범인 베토벤 소나타 전집으로, 선우예권은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실황 앨범으로 빌보드 트래디셔널 클래식 주간차트 정상에 올랐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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