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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택근무, 혁신사업 투자…“SVB를 취약하게 만든 원인들”
잇따르는 SVB 전직 직원들 고백…“너무 안일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은행 메사추세츠 웰슬리 지점 앞에 길게 늘어선 인출 대기자들의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줌(Zoom)을 통해 도전적인 결정을 하는 것은 더 어렵다. 금리 리스크를 헤지하는 아이디어는 점심시간이나 스몰토크 중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원격 근무 형태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해온 니콜라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는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FT에 따르면 지난 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을 때, 이 회사 8500명의 직원 대부분은 여전히 원격으로 일하고 있었다. 한 전직 직원은 “어떤 사람들은 마이애미에서 일했고, 어떤 사람들은 라스베가스나 숲 속 오두막으로 이사를 가서 디지털 유목민(노마드) 같은 일을 했다”고 언급했다.

동부 월스트리트 은행들이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돌아가라고 명령한 지 오래됐지만, 서부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이 은행은 최고 경영자인 그레그 베커부터 하와이에서 근무했고, 마이크 데시노 회장은 플로리다로 캠프를 떠났고, 로라 이즈리에타 최고 위험 책임자는 워싱턴 교외에 기반을 두고 있었으며, 마이크 주커트 변호사는 뉴욕에서 주로 근무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전했다.

지난달 연차보고서에서 “집에서 일하는 것이 장기화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언급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SVB는 재택근무를 고수하기로 했다. 고객과 직원을 위해 “공감”을 중시하는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 전직 임원은 “이 은행은 혁신의 중심에서 운영되며 공감하고 관계에 의존하는 서해안 은행”이라며 “골드만 삭스처럼 잔인하지 않다”고 말했다.

SVB가 월스트리트 은행과 차별되는 점은 또 있다. SVB는 “혁신 경제”의 가장 큰 은행이 되기 위해 대부분의 다른 은행들이 하지 않는 곳에 모험을 했다. 수익성이 없는 스타트업에 돈을 빌려주고 거액의 주택담보대출, 자동차 할부금, 학비 등 가계금융으로 기업인들을 도왔다.

또, 스키 여행, 야구 경기, 콘서트 등을 제공하며 기업가와 벤처 투자자들과 벤처 커뮤니티에 깊이 빠져들었다. 고객들의 파티에 와인을 보낼 수 있는 와이너리와 포도원에도 수십억 달러를 빌려주기도 했다.

몇몇 전직 직원들에 따르면 SVB의 사내 분위기는 매우 유연하고 ‘학생’ 같았다고 전해진다. 한 전직 직원은 “대학 캠퍼스에서 일하는 것처럼 느껴질 뻔 했다”며 “월스트리트의 거칠고, 소매를 걷어붙이는 문화와 달랐다.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 했고, 마치 은행에서 일하는 것보다 기술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바로 이 점에서 SVB가 제대로 된 대처를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몇몇 내부 인사는 FT에 익명으로 “은행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을 때 최고 경영진은 과도하게 사회 문제에 집중했다”며 “금리인상에 대한 적절한 위험 회피가 최우선이었던 시점에 새 사업전략을 짜기 위해 고가의 컨설턴트를 사용했다”고 꼬집었다.

한 전직 임원도 “은행의 최고 의사결정자들이 스스로 답을 알아내지 못하고 의사결정을 위해 맥킨지와 같은 거대 컨설턴트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고백했다.

또다른 전직 SVB 임원은 “은행의 상황이 너무 오랫동안 좋아서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SVB의 재무 파트의 고위 임원도 “우리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지나치게 강조했다”고 밝혔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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