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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 어떻게 ‘성과급 천국’ 됐나…자기들끼리 ‘펑펑’ 나눠
금융위 제도개선TF서 공개
기본급의 280% 당연지급
실현이익 최소 5.8%는 덤
은행장 평가도 수익에 집중
장기과제 단기평가 ‘꼼수’도
희망퇴직하면 1인평균 5억
노사가 다 결정…주주 소외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과점체제를 기반으로 막대한 이익을 거두는 은행들의 ‘성과급 잔치’ 비밀이 전모를 드러냈다. 금융위원회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을 공개하면서다.

실적 달성을 못해도 성과 보상은 이뤄졌고 경제 환경만 나아져도 그 덕에 더 많은 성과급이 지급됐다. 최고경영자(CEO)는 장기 평가가 필요한 애매한 지표를 활용해 단기성과급을 높였다. CEO도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좋게 경기가 좋은 때에는 성과급 복도 함께 누리릴 수 있다. 은행장 이하 임직원이 모두 위험관리보다는 단기 수익에만 골몰하도록 독려하는 환경이다. 고객과 주주는 쥐꼬리만큼만 반영됐다.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나 라임 사태 등이 벌어진 이유가 충분히 설명된다. 은행이 어려워지면 온 나라와 국민이 짐을 함께 지는데, 은행이 돈을 벌면 임직원과 은행장이 수혜를 사실상 독차지하는 구조다.

▶직원 성과급, 월급 280%는 기본…목표 미달해도 이익에서 추가 배분

은행 직원 급여는 기본급과 성과급으로 구분된다. 기본급은 기준봉급에 직무급과 자격증급여 피복비 등을 더한 액수다. 성과급은 다시 고정과 특별로 나뉜다. 고정성과급은 직원 별 핵심성과지표(KPI) 등에 따라 차등해 정액·고정으로 지급된다. 통상 월기본급의 400%를 기준으로 평가결과에 따라 280~560%가 지급되는 방식이다. 성과가 나빠도 3개월치 기본급에 육박하는 280%를 받을 수 있다. 특별성과급은 단기 경영목표를 달성하면 수익의 일부를 나누는 형식으로 배분된다. 이익목표의 80% 달성시에도 실현손익의 5.8%를 배분한다. 즉 목표에 19.9%까지 미달해도 손익의 6% 가까운 금액을 임직원들이 나눠 받는 셈이다. 예를 들어 이익 목표가 1조원인데 8000억원을 벌었다면 464억원을 나눠 갖는다. 임직원이 1만5000명이면 1인당 309만원 꼴이다. 100%를 초과하면 기본값 5.8%에 초과분의 15%가 더해진다. 1조가 목표인데 1조1000억원을 벌었다면 1인당 525만원이 넘는다. 국내 5대 은행이 지난해 기록한 순이익은 12조6908억원이다. 기본값 5.8%만 적용해도 7360억원이다. 임직원 수를 7만명으로 잡으면 1인당 1000만원 꼴이다.

▶은행장 성과급, 오로지 돈만 벌면…위험관리·고객·주주엔 소홀

은행장 보수는 더 요지경이다. 역시 고정보수와 성과보수로 나뉘는데 고정보수에는 활동수당이 포함된다. 12분의 1씩 매달 지급된다. 성과보수는 단기와 장기로 나뉘는데 기준이 오묘하다. 단기성과급은 정량평가 55~80%, 정성평가 20~45%로 구성된다. 정량지표는 수익성 배점(32~45%)이 가장 높다. 건전성(8~15%), 자본적정성(0~10%)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외국계 은행에선 은행장 평가를 할 때 수익성 배점은 30% 미만이다. 은행장이 수익에만 골몰하면 사고가 발생하기 쉽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수익성 만큼이나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을 지키는 임무를 강조한다. 기가 막힌 부분은 정성지표다. 은행의 경영목표나 전략과제가 지표다. 예를 들어 디지털 전환이나 ESG 경영, 해외진출, 비이자이익 기반 확대 등이다. 얼핏 봐도 단기에 의미 있는 성과를 이루게 어려운 과제들이다. 그런데 굳이 단기성과급의 정성 지표로 활용하고 있었다. 목표를 잘게 쪼개서 달성했다고 치면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다. 주주의 평가를 받지도 않는다. 거수기인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수위원회가 평가하고 지급여부를 결정한다. 이러다 보니 장기성과급 평가기준은 정량평가만 진행되고 수익성이 60~95%를 차지하게 된다. 제재나 형사처벌 등을 받는 잘못을 해도 성과급을 환수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로또복권’급 희망퇴직금…노사가 타협하면 OK, 주주는 소외

은행원 희망퇴직금이 로또복권에 버금가는 수준인 점도 확인됐다. 기본퇴직금은 퇴직 당시 30일간 평균임금에 재직년수를 곱하는 법정 방식으로 지급한다. 희망퇴직금은 26~36개월분의 특별퇴직금과 학자금, 의료비, 전직지원금 등 최대 5000만원인 복지지원으로 구성된다. 특별퇴직금은 나이, 직급, 정년까지 남은 기간(월)을 감안해 차등 지급된다. 연간 최소 수백 억원이 넘는 희망퇴직금은 주주총회나 이사회를 거치지 않고, 노사합의와 은행장 결정만으로 지급되고 있었다.

2022년 1인당 평균(단순) 희망퇴직금은 3억600만원, 총 퇴직금은 5400만원이다. 2020~2021년 보다 3000만원이 늘었다. 총퇴직금 구간은 최소 5억에서 최대 6억2000만원 구간으로 최소 5억원이 넘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4억4000~5억6000만원, 4억6000~5억6000만원 구간이었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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