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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소은행 위기에 美 대형은행 ‘표정관리’
실리콘밸리은행 사태 후폭풍
BoA, 며칠새 예금 150억弗↑
JP모건·씨티·웰스파고도 수혜
스타트업 대출 경색우려 증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중소형 은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대형은행으로 돈이 빨려들어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SVB와 시그니처은행 파산 이후 150억달러 이상의 신규 예금을 유치했다.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다른 대형 은행들도 수십억 달러의 신규 예금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위기가 확산될 것을 우려한 고객들이 피난처로 대형은행을 찾고 있다”면서 “이들은 대형은행이 ‘망하기에는 너무 크다(대마불사)’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SVB에 이어 뉴욕에 본사를 둔 시그니처은행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 내 지역은행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 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들은 당초 25만달러(3억 2875만원)가 넘는 예금에 대해서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보호를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후 연방정부의 긴급조치로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게 됐지만 위기가 확산돼 다른 은행들도 문을 닫게 될 경우 같은 보호를 받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이머먼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미국 내 상위 6개 은행은 대마불사다. 과거 금융위기도 이를 입증해준다”면서 “이름값이 더 확실한 은행으로 가는 게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대형은행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다 많은 예금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 나섰다. JP모건은 계좌 개설을 위한 대기 시간을 단축했고 씨티그룹은 FDIC가 보장하는 25만 달러를 넘는 예금을 보유한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일부 은행은 밀려드는 고객의 문의를 처리하기 위해 직원들의 업무를 재배치하기도 했다.

대형은행은 중소 규모 은행에서 몰려드는 예금으로 순이자마진(NIM) 개선 효과도 누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미 국채와 단기금융 상품의 수익률이 상승하면서 대형은행의 예금 이자율도 높이라는 고객 요구가 있었다”면서 “그러나 SVB 사태로 대형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더 이상 금리 인상의 혜택을 예금 저축 고객들과 나눌 이유가 적어졌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소 지역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옮겨가는 고객 중에는 SVB에 현금을 모아두고 있던 기술 기업과 스타트업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엔지니어링 업체 참 테라퓨티크의 설립자인 라크쉬 아이타니는 “고도로 연결된 지역사회의 한 은행에 현금을 몰아두는 것은 매우 나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최근 5000만 파운드의 현금이 SVB 영국지사에 묶여있었다.

다만 거래 은행을 옮기는 것이 이들 기업에 유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SVB 계좌가 동결된 주말 동안 JP 모건에 새로 계좌를 개설한 로렌 슐츠 왕 플렉스컴퍼니 설립자는 “우리는 거래은행을 다각화 할 것”이라면서도 “스타트업은 은행계좌에 유휴 자금으로 현금을 쌓아두는게 아니라 재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은행에 걸쳐 자금을 운용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고 전했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SVB는 VC가 지원한 스타트업에 기꺼이 대출을 해왔다”면서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초기 취약성을 감안할 때 대형은행들이 SVB와 동일한 수준의 지원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시했다. 원호연 기자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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