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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만이 이래서 20년 만에 한국을 꺾었나” 300조 투입 K-반도체, 재역전 성공할까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삼성이 300조원을 들여 ‘세계 최대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로 인한 경제적 파급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척박한 국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반도체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삼성의 파운드리의 대대적 투자를 중심으로 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단 분석이다.

특히 이를 선제적으로 만든 ‘대만식(式) 모델’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만이 2002년 이후 20년 만에 1인당 국민총소득(GNI)으로 한국을 뛰어넘은 배경에도 강력한 반도체 산업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구축의 모범적인 사례로 대만이 꼽힌다. 대만은 파운드리,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에서 모두 글로벌 선두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은 파운드리 산업을 중심으로 관련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들이 배출됐다는 것이다.

우선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약 60%를 점유한 TSMC가 주목받는다. TSMC의 고객사이자, 전세계 팹리스 업계 다섯손가락에 드는 미디어텍도 있다. 대만의 또 다른 파운드리인 UMC에서 설계사업부서를 미디어텍과 노바텍으로 분사한 바 있다. TSMC와 UMC 등에서 파운드리와 반도체 칩 공정을 익힌 인재들이 칩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기업들을 만들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시장에선 대만의 미디어텍이 35%로 1위이다. 퀄컴(31%)과 애플(16%)을 오히려 앞선다.

파운드리와 팹리스의 중간에서 칩이 실제로 제조될 수 있도록 설계 업무를 하는 디자인하우스 또한 세계 1위가 대만 기업이다. 대만의 글로벌유니칩(GUC)은 TSMC의 VCA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21년 매출은 151억대만달러(약 6400억원) 수준이다.

이 GUC가 세계 최대 디자인하우스로 도약한데는 TSMC 공이 가장 크다. TSMC는 GUC 지분 투자까지 하며 자사에 최적화한 디자인하우스로 육성했다. GUC 매출 70% 이상이 TSMC발이다. TSMC가 중심이 돼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의 디자인하우스 주역 기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만의 주요 파운드리 기업들이 글로벌 팹리스, 디자인 하우스 등을 키워냈듯 삼성 역시 파운드리 투자를 통해 시너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생태계 주요 기업들을 키워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6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열린 TSMC 애리주나 공장 장비반입식에서 TSMC 경영진과 고객사 경영진이 세레모니를 하고 있다. [TSMC 웹페이지 캡처]
대규모 시스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일대 모습. [연합]

삼성이 경기도 용인에 2042년까지 300조원을 들여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메모리, 파운드리, 디자인하우스, 팹리스, 소부장 등 반도체 전 분야의 밸류체인을 잇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 또한 대만 모델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기존의 기흥·화성·평택에 이어 용인까지 연결하는 삼성의 입장에선 메모리뿐만 아니라 팹리스·파운드리를 아우르는 ‘삼각편대’를 형성해 종합반도체 기업으로서 역량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이로써 삼성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기흥·화성·평택과 더불어 SK하이닉스가 위치한 이천이 함께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구축하게 된다.

‘메가 클러스터’는 메모리-파운드리-디자인하우스-팹리스-소부장 등 반도체 전(全)분야 밸류체인과 우수 인재를 결합한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매출 1조원 팹리스 10곳을 육성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해 2026년까지 반도체 분야 투자규모는 3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시장의 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구축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인공지능(AI)이나 차량, 스마트폰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 구축을 위한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이를 작동시키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규모 역시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은 2~3% 수준으로 미미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만들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 순수 시스템 반도체만 하는 팹리스 국내 1위는 LX세미콘이다. 그 외에는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세계 팹리스 상위 10곳 중 6곳이 미국이고 4곳이 대만 회사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구축한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날 한국반도체산업협회도 입장문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은 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반도체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이 취약하여 국내 반도체산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시스템반도체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밸류체인 생태계 업그레이드, 차세대 반도체 핵심기술 확보 등 종합적인 지원 전략은 국내 반도체 산업의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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