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에어팟 계속 끼고 있어야 할 이유가 생겼다?”
애플이 이르면 내년 무선 이어폰 ‘에어팟’에 일종의 보청기 기능을 추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무선 이어폰 시장이 중국산 저가 제품의 공세로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애플이 청력을 향상시켜주는 건강기기로 또 한 번 차별화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애플이 1~2년 내 에어팟을 업그레이드해 일종의 청각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능을 추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애플이 지난 2016년 말 처음 에어팟을 선보이자 당시 소비자들은 ‘보청기 같다’, ‘콩나물 같다’며 조롱 섞인 반응을 내놨다. 그러나 블룸버그의 보도가 현실이 된다면 에어팟 출시 7년 여 만에 진짜 보청기 기능까지 갖추게 되는 셈이다.
그동안 애플이 난청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청력 보조기능을 선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2016년 애플은 아이폰 마이크에 잡히는 소리를 증폭시켜 에어팟으로 들려주는 ‘라이브 리슨(Live Listen)’ 기능을 선보였다. 보청기와 같은 원리다. 에어팟 프로에 탑재된 ‘대화 부스트(Conversation Boost)’ 기능은 대화 음량을 높여줘 소리를 보다 쉽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작년 11월 과학전문지 아이사이언스에는 에어팟 프로가 보청기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대만 연구진의 연구결과가 실려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연구진은 기존 보청기처럼 에어팟 프로가 난청을 겪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러한 기능이 아직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서도 애플이 ‘건강’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고려하면 향후 에어팟에 보다 개선된 기능들이 탑재될 것으로 내다봤다.
향후 출시될 에어팟에 해당 기능들이 보강된다면 에어팟이 고가의 보청기를 대체하는 첫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애플의 스마트워치 ‘애플워치’가 이미 현대인의 건강체크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상황에서 에어팟 역시 애플의 건강기기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다.
한편, 중국 제조사들이 최근 저렴한 가격에 음질까지 개선한 무선 이어폰을 쏟아내면서 애플의 영향력도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콩 증권사 하이통인터내셔널테크리서치(Haitong Intl Tech Research) 제프 푸(Jeff Pu) 애널리스트는 지난 1월 “무선 이어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에어팟의 경쟁력도 힘을 잃고 있다”며 “에어팟 출하량은 2022년 7300만대에서 2023년 6300만대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