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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양회 국정 2인자로 떠오른 리창총리…실용주의 노선 가능성에 외신들 “글쎄”
WP “習주석과 친밀 예스맨 우려”
NYT “막강 1인자에 직언 힘들듯”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뒤를 따라 걷는 리창 신임 총리의 모습. [로이터]

13일(현지시간) 폐막한 중국 양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이는 3연임을 달성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아니었다. 국정 2인자이자 경제의 최고 수장인 리창 신임 중국 총리가 내외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의 최우선 과제는 지난 3년간 이어진 코로나 전면봉쇄와 기업가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극복하고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는 것이다. 하지만 외신들은 실용주의자이자 시장주의자로 알려진 그가 과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밑에서 얼마나 날개를 펼 수 있을 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직후 1시간30분가량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리 총리는 중국이 민간 부문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 약속했다. 또 외국 기업들에게 중국이 개혁개방 정책을 계속할 것이며, 외국인 투자를 환영한다고 맹세했다.

일견 국가 안보와 공산주의 이념을 강조했던 시 주석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기업친화적인 면모를 부각시킨 그는 실제로 민간기업과 일을 해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리 총리 발탁에는 기업가 경력이 아닌 시 주석과의 오랜 개인적인 친분이 훨씬 더 주요했을 것이라고 다수의 중국 정치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때문에 시 주석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리 총리가 오히려 ‘예스맨’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리 총리가 아무리 시 주석의 최측근이더라도, 이제 3연임을 달성한 무소불위의 1인자와 그 아래에 갇힌 2인자의 관계에서는 이전처럼 직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 총리가 가진 실용주의적인 면모와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 모두 널리 알려진 탓에 어느 쪽이 더 우세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리 총리는 상하이 당서기 시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설득해 상하이에 테슬라의 가장 큰 전기차 생산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유치했다. 또 지난 2018년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시장의 요청이 있으면 대응해야 하지만 아무것도 없을 때에는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등 ‘작은 정부’를 옹호해왔다.

공산당 간부로서의 리 총리의 경력 역시 주로 경제·산업 중심 도시에서 커왔다. 그는 중국에서 가장 기업친화적인 도시 중 하나이며 신발, 안경, 전자제품의 세계적인 제조업 중심지인 저장성 원저우에서 첫 경력을 시작했다. 그 후 저장성의 수도인 항저우로 이동했고 여기서 당시 저장성 당수였던 시 주석을 만나 그의 비서실장이 됐다.

시 주석이 최고지도자가 된 2012년에는 저장성의 주지사로 임명됐다. 3년 후에는 북쪽의 중공업 중심지인 장쑤성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승진했다. 그리고 2017년에 ‘경제수도’ 상하이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올라섰다.

상하이의 오랜 실용주의 정신과 기업친화적 정책을 펴던 리 총리지만, 시 주석의 ‘코로나 제로’ 정책 앞에선 급변했다. 리 총리는 시 주석의 명령을 “거침없이”, “확고하게 이행”하겠다고 다짐하며 상하이 시민 2500만명을 약 두 달 간 자택에 감금하는 초유의 봉쇄 조치를 내렸다. 이 당시 필수적의 의약품과 식료품 없이 감금된 상하이 시민들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리 총리의 충성심과 시 주석의 그에 대한 신뢰, 둘 사이의 친밀함은 양회 진행중에도 여러번 포착됐다. 시 주석 옆자리에 앉은 리 총리는 시종일관 웃음을 지으며 활기차게 이야기를 나눴다.

NYT는 이 모습이 오히려 “총리의 지위가 축소될 것”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총리는 경제를, 1인자인 주석이 외교와 정치를 책임지는데 경제 영역 역시 시 주석의 강력한 통제를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 리콴유 공공정책대학 부교수는 “리 총리는 경제 분야에서도 국내 실생활 문제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NYT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시 주석이 사실상 다른 모든 것을 책임진다는 이야기다.

또 시 주석이 제로코로나 정책을 끝내는데 리 총리의 조언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너무 늦었다는 평가를 내린다. 중국 엘리트 정치 전문가인 닐 토마스는 NYT에 “리 총리는 상하이 경제가 가장 위급했을 때 전명봉쇄 정책을 폐기하도록 설득할 수 없었다”며 너무 긴 봉쇄 기간 동안 리 총리가 시 주석의 권위만을 존중했다고 비판했다.

토마스는 “시 주석은 리 총리가 경제 정책에 대해 말하는 것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겠지만 궁극적으로 결정권은 시 주석이 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WP도 리 총리가 앞으로 가장 어려운 성과를 달성해야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 주석의 요구대로 불평등을 해결하고, 대중에게 ‘공동 번영’을 가져오는 동시에, 인공지능, 재생에너지 등과 같은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도 치고 나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리 총리에게 녹록지않은 업무환경이 주어졌다는 평가 속에서 그는 13일 기자 회견을 통해 “올해 5% 성장은 쉽지 않은 목표지만 반드시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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