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복지부, 의사회 아닌 '학회' 만나 '소아의료체계 대책' 논의...왜?
29일 '폐과' 선언 앞둔 소청과 의사회 "복지부, 요식행위" 비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소청과 진료비는 30년 동안 묶여 있어 전체 15개 진료과 중 가장 낮다. 2021년 의원급 의료기관(동네 병·의원) 기준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1만7611원이다. 지난 10년간 유일하게 진료비가 줄어든 과로, 5년간 동네 병의원 662곳이 폐업했다. [헤럴드경제 DB]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보건복지부가 소아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만나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대표하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복지부 간담회가 ‘요식행위’란 입장이다.

복지부 임인택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4일 서울시 중구 서울시티타워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를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임 실장이 소청과 의사회가 아닌 소아청소년과학회를 만난 것은 소청과 의사회가 임 실장과의 만남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임현택 소청과 의사회장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복지부 관계자들을 만났지만, 실질적인 대책을 가져오지 못했다”면서 “학회를 만나는 것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는 말을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실제 복지부는 앞서 지난 1월 31일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2월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이 과정에서 소청과 의사회 등과 간담회, 공청회, 현장 방문 등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쳤지만, 소아청소년과 수가 개선 등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 상황을 타개하려면 동네 소아청소년과가 경영실적 악화로 문을 닫지 않을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 34개인 달빛어린이병원을 100개로 늘리는 등의 대책만 내놓았다.

게다가 질병청은 지난 6일 생후 2~6개월 영아에 대한 로타바이러스(장염) 백신을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되면 동네 소청과의 백신 접종 수익은 지금의 40% 수준으로 떨어진다. 각 병원이 자율적으로 책정할 수 있는 접종수당(시행비)이 건당 ‘1만9610원’ 고정되기 때문이다. 성형외과나 피부과가 고가의 의료장비나 미용 시술로 ‘비급여’ 수익을 내는 것과 달리 ‘생명’을 다루는 소청과의 거의 유일한 ‘비급여’는 백신이다. 경영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인턴 의사 중에 소청과 전문의가 되려고 하는 의사가 없는데,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는 소아청소년과를 살려 전공의(레지던트)를 늘릴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게 소청과 의사회의 입장이다. 실제 올 상반기 전국 대학병원 38곳은 소청과 레지던트(전공의)를 한 명도 뽑지 못했다. 또, 지난 5년간 소청과 662곳이 폐업했다. 이에 소청과 의사회는 오는 29일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청소년과 전문과목 폐과’를 위한 기자회견을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복지부 임 실장은 “이번 간담회를 시작으로 ‘필수의료 지원대책’과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이 차질없이 이행돼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의료현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겠다”며 “아이와 부모 모두 안심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해 지역사회 소아 일차진료부터 중증·응급, 입원 치료까지 차질없이 제공되는 소아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