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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꿀벌 실종에 참외농가도 ‘웃음기 실종’
3월 첫 출하...2화방 수정 앞두고 꿀벌 못구해 한숨
12만원하던 벌통 ‘부르는 게 값’ 일부선 수입 조달
품질·생산 저하 영향...정부 인공수분 등으로 대처

3월 초입이 되자 1화방(첫 꽃에서 나는 열매) 참외가 전국으로 출하되기 시작했지만 해당 농가는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처지다. 꿀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수박, 딸기 등 꽃이 열매로 변하는 작물은 ‘착과(着果)’를 위해 수정이 필요한데 통상 1화방은 인공수정으로 이뤄지지만, 2화방은 80~90%가 꿀벌 수정으로 이뤄진다. 꽃 하나마다 열매가 2~3개씩 피는 1화방과 달리 2화방부터는 꽃의 수가 늘기 때문에 꿀벌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봄 참외 출하 시작...2화방 앞두고 꿀벌 없어 농가 고심↑=10일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경북 성주·칠곡 참외 주 생산지의 관련 농가는 1화방 수확과 동시에 ‘꿀벌 고민’을 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에 꿀벌을 구입한 농부는 한숨 돌리고 있지만, 대부분이 선계약인 상황이라 마음이 무겁다. 지난해에 비해 많게는 2배 가까이 벌통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백영철 한국농업경영인성주군연합회장은 지난해 1통당 15만원에 선계약한 벌통의 시세가 오르면서 22만원에 구입해야 했다. 현재 27만~28만원을 줘야 하는데 이마저도 구한다는 보장이 없다고 했다. 그는 “(벌통을) 못 구한 농가는 어쩔 수 없이 인력으로 수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벌을 빌려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2화방 수정을 앞두고 농부의 고심이 크다”고 말했다.

▶12만원하던 벌통값, 30만원 넘어...“부르는 게 값”=농민 사이에서 벌통값은 이미 ‘부르는 게 값’이 됐다. 역시 성주에서 참외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부는 지난해 각 12만원에 샀던 꿀벌 25통을 올해에는 각 30만원에 샀다. 그는 “벌이 없으면 인공수정이라고 해야 하지만 한계가 있으니 (비닐)하우스 앞에 구멍을 뚫어서 벌을 훔쳐 간다는 얘기도 있다는 소문까지 돈다”며 염려했다.

이런 탓에 딸기, 수박 등 다른 벌 사용이 가능한 농가는 수입벌을 구해놓기도 한다.

경남 통영에서 딸기 농장을 하는 50대 농부 김모 씨는 “한 통에 12만원 하던 벌통이 이제는 30만원을 호가한다”며 “꿀벌이 수명을 다하고 죽을 수 있어 수입벌인 나투벌도 구해뒀다”고 했다. 그러나 참외·수박은 사정이 달라, 꿀벌이 있어야 수정이 가능하다. 벌 부족으로 참외꽃의 수정이 더디면 수확량부터 줄어든다. 수확량이 적어진 데다 벌값이 올라간 영향까지 더해져 가격 상승이 우려된다. 한 대형마트 과일 전문 상품기획자(MD)는 “벌통 임대료가 올라갔기 때문에 참외 수확량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이 생산비 상승분이 가격으로 옮겨갈 수 있다”고 했다.

▶꿀벌 대량 실종... “응애·기후변화·월동기 폐사 등 원인”= ‘꿀벌 실종’은 사실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에도 꿀벌 80억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는 그동안 장기간 방제제인 플루발리네이트가 사용되며 내성을 가진 응애(꿀벌 해충)와 기후변화·월동기 폐사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관련 학계에선 잦아진 기상 변화로 꿀벌이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꿀벌 부족은 과일의 품질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 정철의 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한국양봉학회장)은 “인공수정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화분 매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생산물량과 품질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참외 생산의 경우 꿀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지만 그동안 꿀벌의 가치가 저평가돼 왔다”고 했다.

▶정부, 인공 수분 등으로 대처...방안 마련 나서=이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6일과 17일 농촌진흥청, 지방자치단체, 생산자단체 등이 참석한 화분매개용 꿀벌 수급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인공수분 등 대체기술 활용과 화분매개벌 중계를 통해 꿀벌 부족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농가에는 인력이 충분하지 않아 최근 일부지역에서는 드론 등을 활용해 인공수분을 하는 곳도 있다. 참외 농가가 많은 성주의 경우 이달 외국인 계절근로자 625명을 배정받았다. 이들은 300여 개의 참외농가에 배치돼 일손을 도울 예정이다.

하지만 앞으로 이 같은 문제는 계속될 수 있어, 정부, 농가 등은 염려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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