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경상수지가 수출 부진에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 등의 수출이 급감하면서 상품수지 적자 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해외 여행 등이 늘면서 서비스수지도 적자폭이 확대됐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 달러 적자로 지난해 1월보다 67억6000만 달러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적자 규모다. ▶관련기사 6면

지난해 11월 2억2000만 달러 적자에서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로 돌아섰던 경상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항목별 수지를 보면 상품수지가 1년 전 15억4000만 달러 흑자에서 1월 76억6000만 달러 적자로 전환하면서 경상수지를 끌어내렸다. 상품수지는 4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이동원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은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부진이 동시에 나타나며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 이에 상품수지 적자가 커지고 경상수지 역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 수출은 480억 달러로 1년 전 대비 83억8000만 달러(-14.9%) 줄어들며 5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를 나타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반도체(-43.4%), 철강제품(-24.0%) 등의 수출이 대폭 줄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연합(EU)(0.3%)을 제외하고 중국(-31.4%), 동남아(-27.9%), 일본(-12.7%), 미국(-6.0%) 등 대부분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위축됐다.

수입은 554억6000만 달러로 1년 전 대비 6억2000만 달러(1.1%) 증가했다. 원자재(-5.3%)와 자본재(-1.5%) 수입이 줄었으며 소비재(3.9%) 수입은 늘었다. 서비스수지는 32억7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적자폭이 24억4000만 달러 확대됐다.

운송수지(1억2000만 달러)의 흑자폭이 17억7000만 달러 축소되고, 여행수지(-14억9000만 달러)의 적자폭은 9억4000만 달러 커졌다.

다만, 한은은 2월부턴 반도체를 제외한 2차전지·승용차 등에서의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했고, 수입 측면에서 3월부터 동절기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면서 1월보단 상품수지가 큰 폭으로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4월 연휴부터 중국에서의 관광이 활성화되며, 서비스 수지 개선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상반기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44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월 본원소득수지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받은 배당 이익 등으로 63억8000만 달러로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45억1000만 달러 확대됐다. 이전소득수지는 1억6000만 달러 적자를 시현했다.

금융계정은 순자산이 6억4000만 달러 감소·했다. 직접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17억7000만 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11억7000만 달러 늘었다. 증권투자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36억9000만 달러, 외국인 국내투자가 54억 달러 증가했다. 파생금융상품은 15억 달러 감소했다. 김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