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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상수지, 상반기까지 적자…한국경제 복합위기 늪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헤럴드경제=김현경·성연진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사실상 ‘나라살림’을 나타내는 경상수지 적자는 원/달러 환율 상승 압박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 교역조건 악화의 악순환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미국이 통화정책의 긴축 강도를 다시 높일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지면 성장 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 수출뿐 아니라 한국 경제 성장을 받쳐 왔던 민간소비도 고꾸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당장 상반기엔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44억달러 적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6조원 가까운 규모다.

1월 경상수지 45.2억달러 적자…당분간 흑자 전환 어렵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올해 1월 경상수지는 45억2000만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폭을 기록했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철강제품 등의 수출이 1년 전보다 급감하며 상품수지가 역대 최대 규모인 76억6000만달러 적자를 냈다. 수출은 2021년 2월 이후 1년 9개월 만에 400억달러대로 내려갔다.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서비스수지도 운송수지 흑자폭이 줄고 여행수지 적자폭은 커지면서 지난 2019년 1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적자폭을 나타냈다.

문제는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데 있다. 이동원 한은 경제통계부장은 “2월 들어 수출 등 지표 개선 흐름이 나타났으나 단기간 안에 경상수지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상반기 44억달러 규모의 경상수지 적자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외여건이 불확실해 월별 경상수지 규모 변동성은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시 고개드는 ‘킹달러’…경제 주저앉힐 수도

경상수지는 한 나라의 수입과 지출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때문에 경상수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게 되면 원화가치는 떨어지고 환율은 상승 압박을 받는다. 환율이 오르면 당장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자극할 뿐 아니라, 교역조건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당장 성장도 빨간 불이 켜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역수지 악화가 이어지고 있고 단기간에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에 이달 뿐 아니라 앞으로의 경상수지도 상당히 불안하다”면서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시장 불안 요소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미간 통화정책 강도 등을 비교해 보면 환율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21~2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미 간 금리차는 1.75%포인트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게 된다.

환율은 가계 살림살이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원화로는 성장했지만 달러로는 8% 가까이 하락하며 3만2661달러로 대만에 추월당했다.

경제성장률도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1.7%로 낮췄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세계 주요 투자은행(IB) 9곳의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1%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도체 경기 살아나고 국내로 여행객 들어와야 경상수지 개선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 전환 모멘텀은 4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부터 동절기 에너지 수입 수요가 줄면서 여건이 개선되고 4월 이후부터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의 입국자수가 증가하면서 서비스 수지에 긍정적 효과를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 부장은 “중국의 경우 2월 입국자수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대비 두 배 정도 늘어났고, 4월 말~5월 초 중국 노동절 연휴에 대규모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입국자수 증가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1월에는 수출 부진 중심으로 이례적으로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발생했지만 2월에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상당폭 줄기 때문에 상품수지가 균형수준에 좀 가깝게 올 것으로 본다”면서 “연간으로는 아직 전망 경로에서 크게 벗어났다고 볼 수 없고 그 수준에 맞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200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각각 260억달러와 275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298억달러 흑자였다.

이 부장은 “한은뿐 아니라 여러 경제 전문기관의 전망을 보면 올해 연간으로 소득 대비,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1% 중반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7번 정도 연간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났는데, 그 때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1.9%였다. 그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수준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pink@heraldcorp.com
yj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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