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항공모함[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내년 국방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의회에 요청했다.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에 군사적 우위를 점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막겠다는 노골적인 견제 전략으로 보인다.

바이든 정부는 9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안한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1일~2024년 9월30일) 예산안 중 국방 예산으로 8420억달러(약 1111조원)를 책정했다. 이는 올해 국방예산보다 3.2% 증가한 금액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바이든 정부는 “(이번에 제안된) 국방 예산은 미국의 억제력을 유지·강화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고, 통합된 억제력과 지속적인 이점을 구축하는 투자 등을 통해 국가안보와 국익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이번 예산안은 억제력을 유지·강화하기 위해 국방전략보고서(NDS)에 따라 중국의 도전을 우선순위로 놓는다”고 설명했다. 경제력 뿐만 아니라 군사력에서도 미국과 비등한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이번 예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바이든 정부는 “국방부의 2024 태평양 억제 이니셔티브는 국방부가 수행하는 91억달러(약 12조100여억원)의 주요 투자를 강조하고, 역내 억제 강화에 초점을 두며, 인도·태평양에 대한 장기적인 약속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 “이 예산안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는 한편 북한, 이란, 폭력적인 극단주의 조직이 제기하는 위협을 포함한 기타 지속적인 위협에 대응할 수 있게 한다”고 부연했다.

고체 연료 탄도미사일(ICBM)을 새로 개발하고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며 핵 역량을 높여가는 북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해 통합된 억제력의 기본적인 측면으로서 강력한 핵억제를 유지하겠다며 “(예산안은) 미 3대 핵전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전략적 억제, 지속적인 핵 현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377억달러(49조7600여억원)를 책정했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설명이다.

3대 핵전력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핵폭격기를 말한다.

이어 2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침략에 맞서 미국, 동맹, 협력국 군대의 능력과 준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예산 우선순위를 정함으로써 우크라이나와 나토 동맹 및 기타 유럽 파트너 국가에 대한 지원을 지속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지속해서 러시아에 대응할 수 있게 에너지와 사이버안보, 허위정보 대응 등 분야에 7억5300만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예산안 편성권한과 심의권한이 의회에 있다. 다만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제출한 예산안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의회 예산안 심의과정에 중요자료가 되며 의회는 이를 토대로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을 확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