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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늘리면 ‘의대 쏠림’ 해결될까 들여다보니[의대 블랙홀]
필수의료영역 기피 여전…‘결국 미용의료 분야로만 몰릴 것’
‘지역 인재 정주 요인 마련이나 의료 수가 문제 해결돼야’
로스쿨 도입해 법조인력 늘렸지만 서울집중현상 더 심해져
이공계 인재들이 흔히 ‘의치한수’로 불리는 의대, 치대, 한의대, 수의대 등으로 몰리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와중에,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안으로 꼽고 있다.[123RF]

[헤럴드경제 도현정 기자]이공계 인재들이 의대로 몰려드는 ‘쏠림 현상’이 경제학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논리로 해결될 수 있을까.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를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공공의대 설립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역 인재 정주 요인 마련이나 의료 수가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미용의료 분야로만 인재가 몰릴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의대 쏠림 현상은 의사가 사회적 지위도 높고 안정적인 고소득 직업으로 인정받는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반면 이공계 인재들이 ‘꿈’을 찾아 택하는 다른 직업들은 평생 직장을 보장해주지 않는데다, 소득이나 노력에 대한 보상 측면에서 부족하다는 판단이 이어지면서 의대 쏠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2006년부터 동결해온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으로 대응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도 의대 정원 확대를 논의중이다. 그러나 대입 전문가들은 정원 확대 만으로는 의대 쏠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맹점은 의대 중에서도 지방 의대를 ‘탈출’해 서울, 수도권으로 향하는 ‘엑소더스 행렬’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인프라가 집중되는 곳에만 인력이 몰리는 ‘양극화’의 문제인데, 단순한 정원 확대는 이를 해결할 수 없다는게 입시업계의 지적이다.

종로학원 분석에 따르면 전국 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에서 중간에 자퇴한 학생은 2020년 357명에서 2021년 382명, 지난해 457명으로 증가했다. 계열별로 보면 지난 3년간 의대에서 중도탈락한 이들이 56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의대 245명, 수의대 225명, 치대 165명 순이었다. 의대 중도탈락자 561명 중 74.2%인 461명은 지방 의대 학생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이나 수도권 의대로 ‘갈아탄’ 경우로 추정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올해부터 지방 의대는 지역인재를 40% 뽑게 되어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반수해서 서울에 있는 의대로 가고 있다”며 “지역 인재 뽑아도 다 빠져나가고, 지방은 계속 의사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역 인재를 정주하게 할 장치를 정교하게 고안했어야 했는데, 지역에서 사람 뽑으면 지방에 남아 의료 인프라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 것은 단순한 생각”이라 전했다.

의료계에서도 이공계 타 분야에 대한 지원정책이나 수가 구조 등을 개선하지 않는 한, 정원 확대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만 늘리는 꼴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의대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이공학계 다른 분야의 비전이나 평생 커리어 등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며 “의대 정원을 늘리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한 접근”이라 꼬집었다. 이어 “의료의 질은 인구 당 의사 수가 아니라 의료행위 수로 봐야 한다”며 “의사를 늘리면 의료행위도 같이 증가해 건보재정에 부담이 크게 늘텐데 이런 부분도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료계에서는 의사의 수 보다 필수의료영역을 기피하는 현상을 더 유심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강조했다. 김 이사는 “요즘 젊은 의사들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보상은 제대로 못 받는 분야에는 절대 안 간다”며 “정원을 늘리자는 양적인 고려만 한다면 미용의료 쪽으로만 몰릴 것”이라 우려했다.

정원 확대가 답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은 로스쿨의 ‘유사사례’를 통해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조인 양성 체계는 로스쿨과 변호사 시험으로 전환되면서 매년 배출되는 법조인 인원도 사법고시 시절 1000여명이었던 것이 1700여명으로 늘었다. 이를 통해 무변촌 해소 등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서울로의 집중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는게 법조계의 전언이다. 지난 2022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현황에 따르면 전체 변호사 3만1426명 중 서울지방변호사회에 등록된 변호사는 2만3539명으로 74.9%를 차지한다. 로스쿨 정원은 서울권과 지방권의 비율이 50대 50이고, 변호사시험 합격자 비율도 비슷하지만, 유독 서울에 등록하려는 변호사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kate01@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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