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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박이 보이스피싱' 경찰 또 놓쳤다…60대 수천만원 피해 속출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주식으로 본 손실을 가상화폐로 보상해주겠다며 개인정보를 요구한 뒤 대출을 받아 돈을 빼내가는 신종 보이스피싱이 활개를 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경기도 수원에서 한 60대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경찰의 부실한 대응으로 피해를 봤고, 이달에는 서울에서도 60대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가 또 피해를 입었다. 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겠다며 '범정부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한 마당에 경찰이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 손해 봤죠? 보상해줄테니 주민번호·통장번호 좀"
[게티이미지뱅크]

9일 서울 강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모(61) 씨는 지난 7일 오후 2시께 자신을 A투자회사 직원으로 소개한 B 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 씨는 김 씨에게 A 사가 추천한 주식을 샀다가 손해를 보지 않았느냐며 손실분을 보상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금 보상은 되지 않으니 가상화폐로 주겠다며 통장과 신분증을 요구했다.

김 씨는 실제 A 사의 추천 주식을 샀다가 손실을 본 적이 있어 의심 없이 B 씨의 요구에 따랐다.

그리고 실제로 김 씨의 통장에 2700만원이 입금됐다. 그런데 B 씨는 비트코인으로 줘야 하는데 현금으로 잘못 줬다며 다시 이체해달라고 요구했다.

김 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돈을 이체하기에 앞서 강서경찰서를 찾아 문의했다.

그러나 경찰은 '오히려 돈을 받았는데 무슨 걱정이냐. 알아서 하시라'는 취지로 말한 뒤 돌려보냈다고 김 씨 측은 전했다.

김 씨는 곧바로 은행으로 가 B 씨가 알려준 계좌로 2700만원을 다시 송금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2700만원은 B 씨가 김 씨에게서 개인정보를 활용해 제2금융권에서 받은 김 씨 명의의 대출이었다. 금리는 무려 18.8%였다. 김 씨는 자신의 명의로 대출을 받아 B 씨에게 송금해 준 셈이 됐다.

김 씨 가족은 경찰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경찰은 김씨에게 필요한 안내를 해줬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민원인이 처음 방문했을 때 경황이 없어서 그런지 조리 있게 설명을 못 하신 것 같다"며 "당시 응대한 경찰관은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면 안 된다'고 안내했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수원서도 60대 노인 당해… 경찰에 문의했지만 피해
[연합]

지난달 수원에서도 A 씨와 판박이 같은 사건이 있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에 따르면, 60대 C 씨는 1월 30일 자신을 가상화폐 거래소 직원이라 소개한 D 씨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D 씨는 "최근 주식 투자로 손실을 본 것으로 아는데 손실금을 '코인'으로 보전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손실 보전을 위한 절차라며 C 씨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요구하는가 하면, C 씨 은행 계좌에 1원이 입금됐으니 입금자명을 알려달라고 했다.

C 씨는 실제로 최근 주식 투자 손실을 봐 D 씨의 말을 따랐다. 그리고 얼마 뒤 C 씨의 계좌에 현금 2300만원이 입금됐다.

D 씨는 "그 돈은 잘못 송금된 돈이니 다시 보내달라"며 계좌를 안내했다.

C 씨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돈을 보내주지는 않고, 다음날인 1월 31일 수원남부경찰서 민원실을 찾아갔다.

C 씨는 경찰에게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영문을 모르는 돈 2300만원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문의했다.

그러자 경찰은 C 씨에게 "개인 정보 유출이나 금전 피해를 입지 않았고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한 적도 없다면 타인의 돈이 잘못 입금된 것일 수 있다"며 "은행 창구로 찾아가 '착오 송금 반환 제도'를 이용하면 되돌려 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착오 송금 반환 제도는 누군가가 잘못 보낸 돈을 되돌려주는 제도다.

C 씨는 'D 씨에게 되돌려주면 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그 길로 은행에 가 2300만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사실 그 2300만원은 D 씨가 C 씨의 명의를 도용해 제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이었다. 앞서 D 씨가 C 씨의 신분증 사본을 요구하고, 통장에 입금된 1원의 입금자명을 알려달라 한 것은 대출을 위한 본인확인절차였던 것이다. C 씨는 결국 자신의 명의로 대출된 돈을 보이스피싱범 D 씨에게 송금해, 2300만원의 빚만 지게 됐다.

C 씨는 2300만원을 송금한 이후 자신의 신용거래정보가 변동됐다는 문자가 온 것을 확인한 뒤에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C 씨가 경찰에 상담을 요구했을 당시 경찰이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C 씨가 경찰서에 방문했을 당시 정식 민원 접수를 한 것은 아니며 다른 곳으로 이동 중이던 수사관을 상대로 수 분가량 관련 내용을 문의했던 것"이라며 "C 씨가 개인정보가 유출된 적은 없다고 답했고, '모르는 돈이 입금됐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설명해 수사관이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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